'부평 1번지'라고 할 수 있는 인천시 부평구 부평 1동 명신당~시장로타
리 구간. 길이가 250m에 불과한 '아담한 거리'지만 부평지역 10~20대가 즐
겨 찾는 명실상부한 '문화의 거리'다.
 다른 측면에선 '상인과 노점상, 시민, 청소년이 공유하는 생활문화공
간'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거리다.
 의류점, 패스트푸드점, 레스토랑, 주점, 게임방, 잡화점 등이 빼곡이 들
어선 2~4층 건물이 거리 양편에 늘어서 있는 모습은 여느 패션가와 크게 다
르지 않다.
 그러나 건물과 건물 사이를 지나는 드넓은 관통로(폭 15m)는 이 곳이 문
화의 거리임을 실감케 해주는 공간이다.
 여기엔 상징물과 분수대가 어우러진 가운데 청사초롱을 매단 나무와 벤치
가 조화를 이루고 노점상 또한 비교적 질서있게 자리잡고 있다. 특히 분수
가 나오지 않을 때 자그마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분수는 이 곳
문화의 거리의 명물.
 소광장(만남의 광장), 중광장(소극장), 대광장(열린공간) 등 진입로에서
부터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돼 있는 3개의 테마 광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휴식 공간이다.
 이같은 거리의 조형물과 맞물려 거리를 지나는 생기발랄한 젊은이들의 모
습은 이 거리에 활기를 더해 준다.
 지난 3일 오후 9시께 까르르 하는 웃음소리가 부평 문화의 거리 한켠에
서 울려 퍼졌다. 웃음소리의 주인공은 교복을 입은 한무리의 여중생들. 이
들은 번갈아 가면서 게임방 앞에 설치된 펀치볼에 '강펀치'(?)를 날린 뒤
서로 점수를 확인하며 즐거워했다.
 이처럼 다소 '과격한' 사춘기 소녀들의 모습도 이 곳 문화의 거리에선 낯
설지 않게 느껴진다.
 벤치에선 손에 손을 맞잡은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고 시민들은 분수대
에 걸터앉아 부채를 흔들며 한여름밤의 더위를 식힌다.
 그런가 하면 인근 민속주점에서는 테이블 마다 삼삼오오 젊은이들이 둘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외국인 여성이 좌판을 깔고 장신구를 파는
이국적인 모습도 인상적이다.
 많은 이들이 거리를 오가지만 혼잡보다는 오히려 차분함이 거리에서 느껴
진다.
 문화의 거리에서 만난 김모(17·고교 1년)양은 “마땅히 청소년들을 위
한 놀이공간이 없는 실정에서 가끔 친구들과 어울려 문화의 거리에서 쇼핑
도 하고 공연도 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말했다.
 부평 문화의 거리는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교차점이기도 하다.
 부평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인 부평시장 한복판에 위치해 있기 때
문. 그래서 부평 문화의 거리 일대에선 세련된 패션가의 이미지와 재래시장
의 친근감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문화의 거리에선 고가 브랜드에서 부터 노점에서 파는 5천~1만원 짜리의
저가 의류까지 다양한 의류가 선을 보인다.
 먹을 거리 또한 마찬가지로 대형 유리창 아래 거리의 모습이 보이는 아늑
한 레스토랑에서 분위기 있는 식사를 할 수도 있고, 거리의 노점상에서 김
밥·떡볶이 등을 맛볼 수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쇼핑문화와 먹거리문화가 형성돼 있는 게 이 거리의 특징.
 여기에다 '시넥스5', '엡스201' 등 2~5개의 개봉관을 갖춘 대형 극장도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 쇼핑과 휴식, 문화생활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
다.
 그러나 무엇보다 문화의 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수시로 열리는 공
연등 다양한 문화행사. 바로 문화의 거리의 정체성을 확인해 주는 요소다.
 평균적으로 한달에 1~2회 청소년 들을 위한 공연, 콘서트 등 대규모 문화
행사가 행정기관 및 시민단체 주체로 개최되며 통키타가수 공연 등 소규모
콘서트도 자주 열려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부평구청이 주관한 정월 대보름맞이 행사를 비롯 부평지역 풍물패인 '너
나'의 공연,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가 개최한 시민노래자랑과 영화
상영, 부평구청과 부평문화의 거리 발전추진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한여름밤
의 콘서트 등 지난 98년 11월 문화의 거리로 지정된 후 이 곳에서 열린 문
화행사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런가 하면 문화의 거리는 각종 집회장소로도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4일에는 민주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민주주의 민족통일 인천연
합, 민주노총 인천본부, 천주교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신문개혁국민행
동 등 5개 단체가 문화의 거리 입구에서 인천에서 처음으로 언론사 세무조
사 공개와 탈세언론사 처벌을 위한 집회를 갖기도 했다.
쇼핑공간, 생활 문화공간, 휴식공간의 기능에다 여론 창출의 기능까지 추
가된 셈.
 그러나 문화의 거리에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도 간혹 눈에 띈
다. 차없는 거리로 지정됐음에도 불구, 이따금씩 무질서하게 길거리를 다니
는 차량을 쉽게 볼 수 있다.
 예전에 비해 각종 문화행사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