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도자기엑스포 이천행사장 판매부스에서 지난 9일 개막식장 연단에 앉았
던 사람 중 여성 도예인으로 유일했던 손유순(46·소정도예연구소장)씨를 17
일 만났다. 따로 판매원을 두지 않고 개막일부터 부스를 직접 지키고 있는
손씨는 목이 쉬어있었다.
“아직 판매는 부진한 편이에요. 일단 가격수준이 있는데다 구매욕구가 높
은 외국인이 많지 않아서죠. 판매 목적보다 소정도예의 홍보차원에서 참여
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이천지역 350여개의 가마 중 여성 도예인은 적지 않다. 도자기조합에 등록
돼 있는 사람만도 30명 정도는 된다고 한다. 손씨는 그중에서도 입지전적
인물. 중학교를 졸업한 지난 72년 고등학교에 합격했으나 가정형편이 어려
워 입학도 못해보고 해강고려청자연구소에 입문한 것이 도예인의 길을 걷
게 된 계기다. 90년 소정도예를 열기까지 피땀어린 노력을 해 현재 상감청
자와 양각 분청사기 제작기술은 널리 인정받는 수준이 됐다. 전통자기 재현
에 힘쓰고 있는 손씨의 작업은 안료를 쓰지 않고 참나무재·서산물토·청주석
회석·부여규석 등 천연재료를 사용한다. 문양과 형태는 전통을 기반으로 창
작에 힘써 수세미·조롱박·석류·감 등 스스로 문양을 개발해 여성스러운 맛
이 한층 더하다.
“여성으로 힘든 것은 역시 체력이에요. 도예는 육체노동이죠. 또 영업까
지 직접 뛰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지요. 대인관계, 홍보 모든 것이 중
요합니다. 저는 로타리클럽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공모전에 자주 출품해 이
름을 알리려고 노력합니다.”
방통고를 거쳐 명지대 산업대학원 최고기술자과정을 수료한 손씨는 올해 방
통대 교육학과에 입학할만큼 향학열도 높다. 97년 산학컨소시엄 업체 28명
중 여성으로선 유일하게 선정되기도 한 손씨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활
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