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 비지팅" '쁘띠 마르땅" '벨파고"등 프랑스 영화 3편이 오는 15일 동
시에 선보인다. 프랑스영화 3편이 동시 개봉하기는 전에 없던 일. 서울 1
개 관에서 개봉, 높은 객석 점유율을 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는 '타인의 취
향", 전국 50만명을 넘어선 '늑대의 후예들", 최근 개봉된 '길로틴 트래
지디"등을 더할 경우 9월 극장가의 프랑스 영화는 6편으로 늘어난다.
올 상반기 자국 시장점유율 50%를 돌파한 프랑스영화의 파죽지세가 한국으
로 옮겨진 듯한 형세다. 완성도, 작품성, 흥행성등을 떠나 최근 선보이고
있는 프랑스 영화의 다양성은 프랑스 영화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직·간접
적으로 들여다 볼수 있게 한다.
'저스트 비지팅"은 프랑스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시리즈로 이어졌
던 '비지터"의 뼈대에다 할리우드의 스펙터클을 살 바른 오락영화. '비지
터" 시리즈의 감독 장 마리프와레와 주연배우 장 르노에다 '나홀로 집
에"의 시나리오 작가 존 휴즈, '인디펜던스 데이"등의 촬영감독 율리 스테
이거등이 합세했다.
줄거리는 12세기 영국에서 시작돼 2001년 시카고를 거쳐 다시 12세기 영
국으로 되돌아온다. 로잘린 공주(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와의 결혼을 앞
둔 중세 기자 티보 백작(장 르노)은 축하파티 도중 앙숙인 워릭 백작이 건
넨 마법의 술을 마시곤 정신착란속에 공주를 죽이고 만다. 티보는 마법사
를 동원, 운명을 바꾸려하지만 오히려 2001년 시카고로 가게된다.
로잘린과 똑닮은 줄리아를 만난 티보는 2001년과 좌충우돌하면서 뒤따라
온 마법사의 힘으로 과거로 되돌아가 소원을 성취한다는 이야기. 영화는
티보와 그의 충복 하인인 앙드레의 좌충우돌로 웃음을 유도하면서 12세기
영국 고성과 시카고 마천루등의 스펙터클을 볼거리로 제공한다. 하지만 티
보와 앙드레의 해프닝이 관객의 기대를 뛰어넘을 만큼 새롭거나 기발하지
못한 탓에 전체적으로 밋밋한 느낌이 적지않다.
'쁘띠 마르땅"(원제 Le Monde de Marty:마르티의 세상)은 알츠하이머
에 걸린 노인 앙투완과 소아암을 앓고 있는 꼬마 마르티사이의 교감을 그
린 드라마. 알츠하이머에 걸린 앙투완은 자신과 아내 이름밖에 기억못하
고 몸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처지다. 마르티의 하루 하루는 죽음을 향한
걸음과 같다. '시네마천국"의 알프레도와 토토가 영화를 통해 교감했다
면, 앙투완과 마르티는 '손에 잡힐 것 같은 죽음"을 매개로 세대를 뛰어넘
는다.
자신이 저금통을 털어가는데도 꼼짝못하는 앙트완을 본 마르티는 매일 노인
병동 407호에 누워있는 앙트완을 찾아와 장난을 건다. 이런 마르티를 기특
히 여긴 앙트완은 굳게 닫아놓았던 마음의 문을 열고 마르티는 아예 병상
을 앙트완 옆자리로 옮겨온다. 병원을 주무대로 두 사람간의 교감을 중심
에 놓은 탓에 특별한 에피소드나 눈을 어지럽히는 장면은 없지만 감성지수
가 높아지고 마음이 훈훈해지는 영화다.
드니 바르도 감독은 뤽 베송이 발굴한 신인. 프랑스 국민배우라 할 수 있
는 배우 미셸 세로가 대사 한마디 없이 눈과 독백만으로 소년을 향해 마음
의 문을 서서히 열어가는 앙트완역을 능숙하게 연기해냈다. 마르티역의 조
나단 드뮈르케 연기는 깜찍하다.
'벨파고"는 동명의 인기 TV시리즈를 영화화한 스릴러물. 벨파고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수장고에서 잠자고 있는 이집트 미라의 악령으로 자신의 정
체를 캐던 연구진들에 의해 오랜 잠에서 깨어난다. 부활한 벨파고는 공사
장 통로를 통해 우연히 박물관에 발을 들여놓은 여인 리사의 몸 안으로 들
어가 전시장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간다.
닫힌 공간이라는 무대, 오랜 잠에서 깨어난 악령등은 이미 할리우드 공포
물들을 통해 친숙해진 것들. 긴장의 파고나 공포의 강도도 그리 높은 편
은 아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을 가보지 못한 관객들에겐 말로만 듣던
루브르를 스크린으로나마 볼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영화에선 찾아볼 수 없
는 매력이 될 듯. 감독 장 폴 살로메는 프랑스 영화계의 기대주로 떠오르
고 있는 인물이며 소피 마르소가 리사역을 맡아 좀처럼 시들지 않는 매력
을 보여준다. 상대역은 '택시" 시리즈로 알려진 프레데릭 디팡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