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의 3남 영식씨가 엮은 '작고 문인 48인의 육필 서한집'(민연). 이 책에는 30~40년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친 문인들의 육필 편지 215통이 실렸다. 최정희가 파인이 운영한 월간지 '삼천리' 기자로 일하면서 문인들에게서 받은 편지가 대다수이고 나머지는 파인이 가족에게 보낸 것으로 문단 뒷얘기와 일제시대 문인들의 시대적, 개인적 고뇌를 읽을 수 있다.
편지를 쓴 인물은 파인과 최정희는 물론 박종화 이헌구 유치환 김광균 이육사 조지훈 김동리 손소희 임옥인 모윤숙 노천명 화가 김환기 등과 월북했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남쪽에서 언급이 꺼려졌던 한설야 이태준 박태원 등이다.
노천명이 최정희에게 친일 작품을 청탁하는 사연에서는 일제 말기 문인들이 훼절에 이른 과정을 엿볼 수 있고 안회남이 이육사에게 보낸 서한에서는 문단 사람들과 교류를 꺼렸다는 인상을 주는 이육사가 실은 문우들과 활달하게 어울렸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또 최정희에게 보낸 문인들의 연서풍 사연, 일본에서 주목받은 김사량이 일본어와 조선어 사이에서 고뇌한 흔적, 봄날 문우들을 집으로 초청한 조지훈의 풍류 등이 서한에 담겼다.
서한 원문을 영인(影印)해 그대로 수록하되 영인본 아래쪽에는 원문을 현대 활자로 작성해 이해를 도왔을 뿐 아니라 각주를 충분히 달았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