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꿈은 있다. 그러나 이 시대의 가혹한 '정글의 법칙'은 소수의 성공과 대다수의 현상유지 내지는 낙오를 강요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꿈은, 잔인하게도 희망사항일뿐이다. 그게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와이키키 브라더스'(27일 개봉)의 상우(이얼)에게도 꿈은 있었다. 고교시절 그는 친구들과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비틀즈'같은 초일류 밴드를 꿈꿨다. 그러나 친구들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성우에게 남겨진 건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빠듯한 밤무대다.
한때 밴드는 잘 나가는(?) 직업이었다. 70년대 후반 3인조 밴드 '산울림'이 가요계를 강타했고, 이름을 날리지 못하는 밴드들은 최소한 나이트클럽등 밤무대를 주름잡았다. 그러나 지금의 밴드들은 댄스 그룹에, 가라오케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이같은 '밴드 소역사'에 3류 밴드 싱어인 성우의 '꿈'과 '상실'과 '희망'을 접목시켜 얘기를 끌고나간다. 7명중 3명만 남은 밴드를 이끌고 고향인 청주로 되돌아온 성우. 그가 어렵게 자리를 잡은 수안보는 80년대 초반만 해도 최고의 온천 휴양지였지만 지금은 초라한 관광지가 돼버렸다는데서 그의 현실과 별만 다르지 않다.
영화는 상우의 고교시절로 되돌아가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아름다웠던 한때를 비추고, 지금은 공무원으로, 환경운동가로, 약사로 살고 있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옛 친구들을 보여준다. 상우의 친구들이나 같이 밤무대에 서는 사람들에게 남아있는 건 꿈과 현실사이의 간극이 잉태한 상실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꿈과 현실사이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불가능한 꿈에 집착할수록 상실감은 오히려 커지게 마련이다. 임순례 감독은 낮지만 뚝심있는 목소리로 이런 삶의 쓸쓸함을 있는 그대로 관객에게 보여준다. 영화에는 지나가버린 청춘의 충돌도 광기도 없고 삶에 대한 낭만적인 환상도 감성도 없다. 그냥 상우의 남루한 인생을 따라갈 뿐이다.
3류 밴드에다 별다른 기교도 굴곡도 없는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디지털시대에 환영받지 못하는 아날로그적인 영화일 수도 있다. 상우로 대표되는 엄연한 삶의 현실을 사람들은 정면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애써 고개를 돌리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진실인데 어찌하겠는가!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담아낸 진솔한 삶의 모습을 수용하는데는 그래서 용기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