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기를 맞은 것처럼 보이는 한국영화산업이 알맹이 없는 거품 성장의 양
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한섭 서울예대 영화과 교수는 27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올림피아호텔에
서 '한국 영화산업의 환경과 일본에서의 위상'이란 주제로 열릴 국제세미나
에서 한국영화위기론을 주장할 예정이다.
그는 미리 배포한 '한국영화 제작환경의 변화'란 제목의 주제발표문을 통
해 "한국영화 붐 현상은 한국영화의 수준 향상이나 수요 증가에 따라 이뤄
진 것이 아니라 김대중 정부의 포퓰리즘적인 정책에 기인하고 있다"면
서 "정부 주도의 영화산업 진흥책은 한국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계기가 되기보다 다른 나라에 견주어 비교우위를 지닌 영화장르를 포기하
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교수는 한국영화산업이 질적 성장이 아닌 양적 성장에 그치고 있다는 증
거로 한국영화의 평균 수익률을 들었다.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할 때 평균 총제작비는 지난 95년에 견주어 330%나
늘어났으나 관객은 166% 증가에 그쳐 「친구」를 제외한 영화의 평균 수익
률은 -29.3%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단계 한국영화산업은 눈부신 호황의 시
기를 지나는 것이 아니라 눈부신 쏟아붓기의 시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강교수는 "한국영화산업의 약진은 한두 편 초대작 영화의 예외적인 빅히트
에 힙입은 반짝경기일 뿐 안정적인 지속성이 약하며, 극장과 인터넷 등 인
프라에 대한 과잉투자와 제작비 규모의 지나친 확대로 모처럼 잡은 산업 도
약의 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영화평론가 몬마 다카시는 일본의 한국영화 수용과정을 설명하
며 "90년대 중반까지 한국영화는 '어둡고 난해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어
서 대중적 인기를끌지 못했고 일부 마니아층에서만 이장호, 배창호, 임권
택 감독 등의 영화를 선호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영화의 부정적 이미지를 결정지은 요인 중 하나로 에로영화의 존
재를 들었다. 90년대 전반에는 비디오 시장을 겨냥한 에로물이 대거 수입됐
는데 「씨받이」 「은마는 다시 오지 않는다」 「어우동」 등 작품성 있는
정통 극영화까지 에로영화로 포장돼 소개됐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축제」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8월의 크리스마스」 등
을 계기로 한국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기 시작했으며 「쉬리」가 개봉
되던 무렵부터 한국영화를 완전히 오락물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시자카 겐지는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에 대한 일본내 평가를
소개해 주목을 끌었다.
「쉬리」에 대한 일반적 평은 '할리우드적'이라는 것이다. "미국영화를 제
대로 연구해 발휘한 얄미울 정도로 멋진 연출"(이소다 쓰토무-키네마준
보), "한국영화, 잘해냈다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시나다 유키치-아사히신
문), "이 감독은 할리우드가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다"(아라이 유키히로-야
마가타신문)
할리우드적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는 필자도 있다. "할리우드영화가 그
려왔던 패턴을 답습한 것뿐이어서 아시아의 새로운 오락영화가 탄생했다고
는 말하기 힘들다"(오노자와 도시히코-도서신문)
드물지만 한국적이라고 주장하는 필자도 있다. "미국영화라면 테러리스트
는 용서없이 죽이지만 사랑하면서 총을 겨눈 대결이라는 점에서 한국영화만
의 특징이 있다"(사토요 다다오-시나노신문)
일본영화 감독들은 이 영화를 보고 용기를 얻었다고 털어놓았다. "할리우드
식은 무리라고 생각해왔으나 승부를 걸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카미 쇼지-
주간SPA), "「아마게돈」의 예산이나 세트의 스케일을 생각하면 엄두가 나
지 않지만 「쉬리」 식의 영화는 만들 수 있다"(미케 다카시-아사히신문)
「공동경비구역 JSA」에 대해서는 「쉬리」처럼 호의적인 단평이 쏟아져나
오지 않았으나 한국영화에 관해 많은 저술활동을 해온 필자들은 훨씬 높이
평가하고 있다.
세키가와 나쓰오는 "예전의 한국영화는 거칠어 그것이 개발도상국형 영화
의 매력이라고 여겼으나 「공동경비구역 JSA」는 선진국형 영화"라고 전제
한 뒤 "「쉬리」에서 북한이 비사실적으로 묘사되고 편견적인 데 비해 「공
동경비구역 JSA」에서는 북한에 대한 차별감이 없다"고 분석했다.
요모타 이누히코도 "이 영화에서는 전통적인 반공전선이나 북에 대한 찬미
도 없고 구체적인 분단상황의 개선을 정면에서 지켜보자고 호소하고 있
다"고 평했다. <연합>연합>
"한국영화 호황은 반짝경기?"
입력 2001-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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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2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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