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레 조기교육의 열기를 타고 세계적인 권위의 러시아 발레학교 두
곳이 한국에 진출한다.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산하 '볼쇼이 발레 아카데미'와 마린스키발레단(옛
키로프발레단) 산하 '바가노바 발레 아카데미'가 내년초 서울에 문을 여는
것.
비록 소규모 '무용학원' 수준으로 출발하지만, 몇년 뒤에는 예술고등학
교처럼 교육부의 인가를 받아 정규 발레학교로 키우겠다는 야심이다.
발레 꿈나무에 대한 체계적 교육체제가 정립되지 못한 상황에서 당장 내
년부터 수백년의 실험을 거친 러시아의 교수법과 세계 무대를 누볐던 뛰어
난 무용수들이 교사로서 한국시장을 공략, 기존 무용학원가의 타격이 불가
피할 전망이다.
▲바가노바 발레아카데미 한국분교 = 청구상업고등학교 재단이사장을 지냈
던 비(非)무용계 인사 서정숙(徐貞淑)씨가 교장이다. 서씨와 바가노바 발
레 아카데미의 레오니드 나디로프 교장이 29일 낮 프라자호텔에서 한국분
교 개교 조인식을 가졌다.
서씨는 '조기 예술교육 차원에서 초.중학교 학생을 중심으로 작은 규모
로 시작하겠으며 재교육 프로그램인 발레교사 연수과정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서씨의 사재로 운영될 것으로 알려진 이곳은 서울 강남교육청에 설립 등록
을 했으며 30-40명의 선발을 목표로 12월 27-28일 오디션을 거쳐 내년 3월
개원한다.
1738년 창립 후 260년 전통을 이어오는 발레교수법이 한국에 전수된다는
의미가 있다. 초기에는 바가노바 아카데미 교사 2명과 한국인 교사 1명이
학원에 상주하며 지도한다.
서씨가 '세종대 출신'이라고만 밝힌 한국인 교사는 지난 7월부터 바가노
바 발레 아카데미 지도자 코스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만간 한
국인 예술감독을 선임한다.
나디로프 교장은 '오디션에서 선발된 학생의 수준을 보고 알맞은 교사를
파견하겠으며, 시범수업에서 재능있는 학생이 많다면 운영 규모를 확대하겠
다'고 말했다.
'한국 분교'의 전반적인 설립 문제는 내한중인 마린스키발레단의 간판스
타 알티나이 아실무라토바(바가노바 발레 아카데미 예술감독)씨가 맡는다.
러시아의 발레학교는 만10세에서 17세까지 다니는 8학년제 정규학교이
다. 그러나 '한국 분교'는 이런 정식 학교가 아니라, 정규학교 재학생이
방과 후 수업을 받는 무용학원의 개념으로 보면 된다.
오디션 대상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예술의 전당 부
근 서초동 한 건물에 연습실과 강의실을 마련중이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옛 레닌그라드)에 있는 바가노바 아카데미는 조
지 발란신, 루돌프 누레예프, 나탈리아 마카로바, 미하일 바리시니코프를
배출한 학교다.
한국에서는 김지영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류지연 마린스키발레단원 등
지금까지 12명이 유학했다. ☎ 6205-0357∼8.
▲볼쇼이 발레 아카데미 서울 = 발레를 전공한 국내 대학교수, 예술고
교 교사 등 20명의 무용계 인사가 '한국발레재단'이라는 단체를 결성해 설
립을 추진중이다.
한국발레재단측과 볼쇼이 발레 아카데미 유리 팔치코프 제1부총장이 지
난 10월 23일 서울에서 학교 설립 협약을 체결했다. 내년 2월 23일 개원
예정이며 강남구에 연습실과 강의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역시 학원 형태이지만 2005년부터 정규학교 개교를 희망하고 있다. 한양
대학교 옆에 550여평의 터를 이미 확보하고 13층 규모의 건물 설계까지 마
쳤다.
초등학교 5.6학년, 중학교 1.2.3학년, 고등학교 1.2학년 등 총 7개 등급
당 10명씩 70여명의 원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발레 애호가를 위한 취미교실
도 있다. 학교 설명회와 오디션은 내년 1월 중순께 있다.
무용수 및 교사로서 볼쇼이에서만 30여년 잔뼈가 굵은 2명의 러시아 발
레 마스터가 부임한다. 한국 교사 4명도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의 주
역무용수 출신이거나 볼쇼이 발레 아카데미 졸업생으로 알려졌다.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한 대학교수는 '볼쇼이의 교육체제를 서울에서 똑같
이 적용한다고 보면 된다'며 '고전발레뿐 아니라 15-16세기 발레의 원형을
습득하는 역사 무용, 캐릭터 댄스 등 이론보다는 실기 위주로 수업할 것'이
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김주원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가 현지 학교를 졸업했고 배주
윤씨는 졸업 후 볼쇼이의 정단원이 됐다. 전 학년을 졸업하거나 중간에 편
입해 졸업한 학생 등 볼쇼이 발레 아카데미를 거친 한국인은 30여명이다.
▲볼쇼이와 바가노바의 차이 = 한 발레계 인사는 '러시아는 사회주의 전통
이 남아 지금도 전국의 20여개 발레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방식이 마치 수
학공식처럼 똑같다'며 '이를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게 응용할 뿐'이라고 말
했다.
교수법에서는 큰 차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