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 붕괴되고 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올 정도로 공교육의 위
기가 심각해지고, 청소년들의 탈선이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
데, 공중파TV가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문제와 학교교육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있다.
KBS 1TV는 이번 가을개편을 통해 「접속, 어른들은 몰라요」(매주 목요
일 오후 7시 30분)와「현장다큐, 선생님」(매주 월요일 오후 11시 35분)이
라는 청소년 및 교육을 소재로 한 두편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신설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접속, 어른들은 몰라요」는 어린이 프로그램은 있어도, 사춘기 청소년들
을 위한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든 우리나라 방송의 현실에서 '선구적' 역
할을 하고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제1회 '연지, 단아의 뜨거운 여름'에서는 초등학교 5, 6학
년 여자아이들이 겪는 갑작스런 신체의 변화를 다뤘으며, 제2회 '우리가
날씬해져야하는 이유'에서는 어른들의 다이어트 열풍에 휩쓸려, 살빼기에
열중하고 있는 여중생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구성해 시청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청소년들에게는 혼자서만 끙끙 앓던 고민이 자신만의 것
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었으며, 부모들에게는 나이가 찰수록 복
잡해지는 자녀들의 심리를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던
것. 1TV 프로그램으로는 상당히 높은 13% 안팎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
다. 4회까지 방송이 나가는 동안, 이 프로그램을 두고 각급 학교에서는 교
사와 학생들 사이에 다양한 논의의 장이 마련되고 있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의 연출자 김용규PD는 '사춘기 청소년들의 세계를 솔직하게
보여줌으로써 어른들과의 벽을 허물자는 의도로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
다'며 '매회 청소년들의 고민을 담은 창작가요를 만들어 영상과 함께 보여
주는 등의 새로운 시도가 시청자들에게 흥미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다큐, 선생님」은 교육위기의 시대에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신선한
교육방식으로 귀감이 될만한 교사들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낸
프로그램. 교사들이 열악한 우리의 교육현실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 그럼에
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바람직한 방향으로 학생들을 이끌어가려고 하는 모
습 등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있다. 심야시간대이니만큼 3% 안팎의 시청
률에 머물러있지만,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 '멋있는 선생님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의견이 빼곡히 올라와있다.
MBC의 신설 오락프로그램「!느낌표」(매주 토요일 오후 9시 45분)도 청소
년 관련 코너를 신설해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 '신동엽의 하자하자'가 그
것. 이 코너는 최근 새벽부터 등교해 학업에 시달리느라 아침식사를 거르
고 있는 학생들에게 아침밥을 먹여주느라 여념이 없다. 매주 다른 고등학
교를 찾아가 한 학급의 학생 전체에게 아침밥상을 차려주고 있는 것. 이를
통해 제작진은 학생들이 느끼는 참담한 교육현실에 대해 들어보는 한편,
한 방향으로만 아이들을 몰아가는 '단세포'적인 우리 공교육의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다.
이밖에 iTV의「와글와글 우리학교」(매주 금요일 오후 5시 35분)도 '꾸러
기 발언대'코너를 통해 초등학교 학생들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듣고있으
며, KBS 2TV 청소년드라마「학교Ⅳ」(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는 예술고 학
생들의 다양한 고민들을 적당히 윤색해 드라마화하면서 꾸준한 시청률을 유
지하고 있다.
한편, 교육방송 EBS는「다큐드라마, 학교이야기」(매주 목요일 오후 7시
50분),「우리아이 이렇게 키웠다」(매주 화요일 오후 7시 50분),「교육문화
뉴스」(매주 월~금요일 오후 9시 50분) 등을 통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청소년 및 교육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경실련 미디어워치의 최성주 회장은 '공중파 방송에서 청소년과 학교교육
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임에 틀림없
다'며 '단지 오락프로그램의 경우, 이러한 소재들을 지나치게 흥미 위주로
끌고나가서는 안된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한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