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2001년 한국영화를 얘기하는데 이 보다 더 좋은 구절이 있을까?
2001년 한국영화는 '친구'를 시작으로 경쟁하듯 각종 신기록을 쏟아내며 시장점유율 50%대를 바라보고 있다. 2001년 한국영화의 대폭발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최소한 수년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프랑스 유력일간지 르몽드는 지난 11월 21일자에서 “한국 영화산업이 일본, 홍콩 등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최근 기적같은 성장을 이룩했다”며 “시장점유율 50% 돌파는 한국영화계에서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조폭 영화의 남발, 작가주의 영화의 몰락에 따른 영화시장의 편향성과 가벼움 등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제기된 한 해이기도 하다. 한국영화사에 특별한 해로 기록될 '2001 한국영화'를 기록과 사건 중심으로 살펴본다.
■ 기록은 깨라고 있는 것
전국 818만명(서울 266만명)을 동원한 '친구'를 시작으로 기록 행진이 이어졌다. 국내에서만 300억원을 벌어들인 '친구'는 최다 관객동원 기록뿐만 아니라 개봉 첫주말 최다 관객동원(전국 58만2천902명), 박스오피스 최장기간(9주) 1위, 최고가 일본수출(210만달러)등의 기록도 남겼다.
또 '조폭 마누라'는 최단 기간인 개봉 5일만에 전국 500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고, '달마야 놀자'는 최다 스크린 개봉(전국 212개)과 목요일 개봉이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여름시즌 동안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를 누른 것도 직배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엽기적인 그녀' '신라의 달밤' '조폭 마누라' 등이 '진주만' '미이라2' '쥬라기 공원3' 등을 압도한 것. 한국영화의 여름흥행 폭발은 하반기에도 계속돼 '엽기적인 그녀'(6주)-'무사'(1주)-'조폭 마누라'(3주)-'킬러들의 수다'(3주)-'달마야 놀자'(4주) 등으로 이어져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0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흥행뿐만 아니라 제작비, 촬영기간, 시사회 등에서도 각종 기록이 쏟아졌다. '무사'는 80억원으로 최다 제작비 기록을 세웠다. '화산고'는 다른 영화보다 2~3배가 긴 11개월 162회 촬영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총 3만명에 달하는 전국 릴레이 시사회를 개최, 눈길을 끌었다.
■ 해외쪽도 기록깨기의 연속
한국영화 해외 수출고가 처음으로 1천만 달러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사상 최고가 일본수출을 기록한 '친구'를 필두로 '조폭마누라' '무사' '은행나무 침대' '번지점프를 하다' 등이 비교적 고가에 팔리면서 연말에 1천만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라는 것. '조폭마누라'는 세계적 배급사인 미국 미라맥스에 리메이크 판권으로는 최고가인 95만달러에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수취인 불명'은 베니스영화제 등 모두 13개 영화제에 출품됐고 40여개 세계영화제에 초청받는 기쁨을 만끽했다.
■ 특별한 사건들
연말까지 영화관객은 지난해에 비해 29%가 늘어난 8천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비해 개봉편수는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객은 늘었는데 개봉 편수는 줄었다는 사실은 그만큼 올 한해 '흥행 양극화 현상'이 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흥행 양극화' 직격탄은 작가주의 영화를 거의 초토화시켰다. '나비' '고양이를 부탁해' '와이키키 브라더스' '라이방' 등의 작가주의 영화들이 흥행논리에 따라 개봉 1주만에 간판을 내려야 했던 것. 이에따라 영화관계자들과 관객들의 토론과 세미나 등이 집중적으로 쏟아졌고, 이는 조폭영화 붐과 묘한 대조를 이루며 하반기 한국영화계의 화두를 형성했다.
와중에 몇몇 작가주의 영화들이 재상영되고 '고양이를 부탁해'의 경우는 '고양이 살리기 인천지역 시민모임'에 힘입어 인천CGV에서 다시 부활했다. 관객및 시민들이 힘을 모아 재상영을 이끌어낸 일은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될만 하다. 이밖에 여성 영화인의 대거 등장과 자본의 대거 유입, 제한 상영관 도입의 가시화 등도 2001년 한국영화를 얘기할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 문제점과 전망
대부분의 영화인들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 2001년을 기점으로 한국영화 산업이 본궤도에 들어섰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우수한 인력과 풍부한 자본, 정책과 기술력 등이 뒷받침되면서 한국영화 수준이 한단계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93년 16%대에 머물던 한국영화 점유율이 해마다 17% 정도의 성장을 거듭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며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산업화가 안정궤도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영화제작비의 급격한 인플레, 소수의 시나리오와 배우·제작사를 놓고 다수의 투자자가 출혈경쟁하는 구조, 세계 6~7위에 걸맞는 브랜드나 스
할리우드 누른 '흥행폭발' 르네상스
입력 2001-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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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1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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