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의 클래식 전문 레이블 안테스 에디션에서 최근 출시한 피아니스트 아코스 헤르나디의 바흐-부조니 작품집.
이탈리아 태생의 독일 작곡가 페루치오 부조니(1866-1924)는 바흐의 많은
작품을 피아노 독주용으로 편곡했다.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던 부조니는 항상 자신의 음악적 영감의 원
천이던 바흐의 작품을 피아노용으로 편곡하는 것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았는
데 그가 남긴 바흐-부조니 편곡 작품들은 오늘날 많은 피아니스트들의 주
요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부조니는 토카타와 코랄 전주곡, 전주곡과 푸가 등 다양한 바흐의 작품들
을 피아노용으로 편곡했으며 이는 리스트가 피아노용으로 편곡한 슈베르
트 가곡에 버금가는 음악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독일의 클래식 전문 레이블 안테스 에디션에서 최근 출시한 피아니스트
아코스 헤르나디의 바흐-부조니 작품집에는 모두 12곡이 수록돼 있는데
「눈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어 BWV 645 」「우리의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
도 BWV 665」 등의 코랄 전주곡과 「전주곡과 푸가 라장조 BWV 532」 등 주
요 편곡 작품들이 대부분 실려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인 헤르나디는 불과 11살의 나이에 리스트 음악원
에 입학, 죄르지 나도르와 타마스 바샤리 등을 사사했으며 음악원을 졸업
한 뒤에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중이다.
그는 실내악과 현대 음악에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 왔는데, 부조니 작품
에 대한 연구 역시 그 성과의 하나이다.
부조니의 바흐 작품 편곡은 원곡 자체의 선율적 특징과 화성적인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페달을 이용한 공명과 피아노 특유의 기교적 측면을 적
절히 가미한 것이 특징인데, 헤르나디의 연주는 강렬한 맛은 부족하지만 아
주 견실하고 서정적이다.
미라 헤스나 빌헬름 켐프,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등 바흐-부조니 작품을
선호했던 전설적 거장들의 연주와 비교해 봤을 때 헤르나디의 연주가 카리
스마적인 매력이 덜한 것은 사실이나 아주 우아하면서도 소박한 조형미는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나는 당신을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라고 부릅니다 BWV 639」같이 명
상적인 작품에서의 서정적 표현의 아름다움이나 「기뻐하라, 사랑하는 그리
스도의 친구들아 BWV 734」같이 경쾌한 곡에서 보여주는 맑게 부서지는 타
건의 매력은 아주 산뜻하다.
그러나 바흐-부조니 편곡 작품의 대표작들을 거의 모두 수록하고 있다는
프로그램 선곡상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스케일의 강렬함이나 음색의 영롱함
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에밀 길렐스나 호로비츠의 카네기홀 실황 음반의 감
동에는 못미치는 것 같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