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년 반동안 영국.프랑스에서 안무 연수를 마친 젊은 현대무용가 박호빈(댄스컴퍼니 '조박' 공동대표)씨.
한 해를 정리하는 세밑이지만 젊은 현대무용가 박호빈(35.댄스컴퍼니 '조
박' 공동대표)씨는 내년 작품 구상으로 마음이 바쁘다.
문화.예술인재 지원제도인 삼성문화재단의 제4기 '맴피스트'로 선발됐
던 그는 지난 1년 반동안 영국.프랑스에서 안무 연수를 통해 실력을 재충
전했다.
'그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것을 더이상 늦추지 않겠습니다. 동양적 원리
에 근거한 현대무용을 하려 합니다. 전통춤의 외형적 모방이 아니면서도
현대와 이질적이지 않은 춤이지요. 지금은 개념뿐이지만 차차 형상을 만들
어 나가겠습니다'
현대사회의 모순을 작품 주제로 즐겨 다뤘던 그가 왜 '한국'도 아닌 '동
양'에 매달리게 됐을까. 불교, 선(禪), 샤머니즘 사상이 흐르는 박상륭의
소설 '죽음의 한 연구'를 왜 다음 작품의 모티브로 선택했을까.
'유럽에서 봤죠. 그들이 유럽연합(EU)로 통합된 뒤 얼마나 동질성을 찾
고 유대관계를 다지는지. 저는 동남아 국가의 종교적.문화적 동질성도 하
나로 통합하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유럽의 역사와 정통성을 우리
가 계속 따라갈 수는 없잖아요?'
주체성을 찾기 위한 '문화벨트' 형성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귀국 직전 일본 교토(京都)에서 개인공연을 가졌던 그는 내년 2월 싱가포
르 오디세이 댄스시어터의 객원 안무자로 초청받아 현지에서 공연하는
등 '동남아 무대'를 넓히려는 구상이며 다음 작품도 3개국 합동작업을 원
하고 있다.
작년 7월 서울을 떠났던 그는 영국 런던의 무용교육기관인 '라반센터', 쇼
반 데이비스 댄스컴퍼니에서 안무법을 연수했고 프랑스 사설 스튜디오에서
무용수업을 받았다. 여름에는 아비뇽, 마르세유, 엑상프로방스 등지에서 열
리는 댄스 페스티벌을 찾아다니며 견문을 넓혔다.
'안무법의 체계화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한 교수가, 마치 발레에서
처럼, 자신의 안무 스타일을 체계화해서 가르칩니다. 도서관에 무용철학,
심리학, 사회학 등 무용 관련 서적이 방대한 점에도 놀랐습니다'
그는 무용인 스스로 창작 마인드를 새롭게하고, '나와 다른 것'을 불편해
하기보다는 다양성 차원에서 인정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특히 무용, 미술, 연극, 시각예술 등 여러 장르 사이의 공동작업이나 예
술인들의 '장르 이동'은 완전히 새로운 느낌의 무용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
다고 말했다.
서울예대에서 연극을 전공한 박씨는 배우수업을 위해 봉산탈춤을 배웠다
가 무용으로 전업했다. 무용수로 활동하다 96년 안무자로 방향을 정하고 현
대무용가 아내인 조성주씨와 함께 '댄스 컴퍼니 조박'을 창단했다.
'녹색 전갈의 비밀'(98), '오르페우스 신드롬'(98), '웨이팅 룸'(99)
등 주요 작품은 현대사회의 병리현상이라는 독특한 주제에 바탕하고 있어
시선을 끌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