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연주회 전에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고국 무대에 선다니 더 떨리
네요. 몸이 부서져라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지난 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01 롱-티보 국제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 화제를 모았던 신동 피아니스트 임동혁(17)군은 27일 오후 예술의전
당 피가로그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한 연주회를 갖는 소감을 이같
이 밝혔다.
그는 내년 1월 1일 오후 6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02 예술
의전당 신년음악회'에 출연, 롱-티보 콩쿠르 결선 연주곡이었던 차이코프
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내림나단조 작품 23」을 코리안 심포니와
협연한다.
'롱-티보 콩쿠르 때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테크닉적으로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많으니 음악성으로 승부하자'고 생각했던 것이 적중한 셈이
죠. 하지만 지금은 그냥 그런 일이 있었나보다 해요. 콩쿠르에 입상했다
고 오래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임군은 흔히 언급되는 여타 '신동' 피아니스트들보다는 출발이 많이 늦었
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형이 피아노를 치는 것을 보고 샘이 나서 따라 치
기 시작한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성격상 형이 혼자 하는 걸 못 보거든
요' 이후 국내 몇몇 교수에게 배우다 1994년 삼성물산 모스크바 지점장
으로 발령난 아버지를 따라 러시아로 유학,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예비학교
에 입학했으며 지금은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4학년에 재학중이다.
네이가우스 학파의 정통을 잇고 있다는 레프 나우모프를 사사중이다.
키 173㎝, 몸무게 46㎏로 상당히 마른 편인 임군은 '친구들이 '46㎏의 파
워'라고 놀린다'면서 '힘이 많이 필요한 피아노라는 악기의 특성상 파워풀
한 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신력으로 극복하고 있
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당분간 콩쿠르 출전을 자제하고 공부에
만 열중하고 싶다'면서 '다만 2005년 예정인 세계 최고 권위의 쇼팽 국제콩
쿠르에는 나가보려 한다'고 대답했다.
임군의 열렬한 후원자로 알려진 세계적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의 관계에 대해서는 '1999년 일본 벳부에서 열린 마스터 클라스에서 처음
만났는데, 거기서 제 연주를 들어보더니 너무 마음에 들어하시더라고요.
그 이후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시죠'라고 소개했다.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는 쇼팽이라고 했다. '왠지 쇼팽이 저에게 잘 맞는
것 같아요. 제일 치기가 쉽게 느껴지거든요. 반면 극도로 깨끗하게 쳐야
하는 모차르트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하루 연습량을 묻자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피아노 앞에 앉아 보낸다고 했다.
옆에 앉아 있던 아버지 임홍택씨가 거든다. '평균 7-8시간은 피아노 앞에
서 보냅니다. 피아노를 치지 않을 때는 농구나 탁구, 또 집에 설치돼 있
는 가라오케같은 오락들을 즐기죠' 거기다 한 마디 덧붙인다. '얘가 여
자를 아주 밝혀요. 인터넷을 자주 하는데, 한국에서 여자애들이 e-메일
을 보내오면 전화번호를 일일이 적어뒀다가 한국에 올 기회가 있으면 하
나씩 전화를 걸어서 만나곤 하죠' 임군은 고개를 숙이고 겸연쩍은 웃음
만 짓는다. 어딜 봐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난꾸러기 소년의 모습이
다.
그러나 분명 음악에서는 천재다. 스타급 연주자들이 성악과 현악기에 집중
돼 있는 한국 음악계 특성상 임군의 등장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쇼팽이 가장 쉽게 느껴진다'는 신동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2005년 제15
회 쇼팽 콩쿠르 우승이라는 낭보를 전해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전혀 헛된
일은 아닐 것 같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