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가와 문화활동가로 지역에서 명망이 높은 시립인천대학교 미술학과 강광(부총장)교수가 오랜만에 인천에서 개인전을 연다.
강교수는 오는 26일부터 31일까지 6일동안 인천시 남동구 관교동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이번 전시회에서 그는 판화와 구상화 등 최근 작업한 2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 현실 참여를 통해 사회 부조리 문제에 온몸으로 저항해 왔지만 이번 전시회에서 그는 개인의 관심사와 상상력을 한껏 동원한 작품을 내놓았다.
작품 소재는 주로 들개(작가의 말에 의하면 그냥 네발 달린 짐승)와 유령, 새, 호랑이 등이지만 뜻을 알 수 없는 기호들이 첨가되면서 모호한 의미로 포장되기도 한다. 황량하고 스산한 분위기 속에서 은연중 작가의 심오한 철학적 배경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미술평론가 이경모씨는 “몽환적 분위기가 화면 전체를 장악하고 처절한 고독감이 엄습해 오는 가운데 어느덧 작가는 뛰놀던 고향 들녘을 유랑한다”며 강교수의 작품세계를 설명했다. 강교수의 작품은 단순화한 구상물에서 어린 아이가 그린 것 같은 천진함이 엿보이는가 하면 토속적인 분위기가 친근감을 더한다. 이런 전체적인 작품의 분위기는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을 양단할 수 없는 적절한 혼합이다. 예술과 현실참여라는 작가의 고민이 독특한 작품세계를 창조해 낸 것이다.
대학 졸업후 젊은 시절 제주도에서 14년동안 교사생활을 하면서 군사독재에 의해 좌절하던 존재와 현실의 본질적인 화두가 평생 그의 작품세계를 업보처럼 따라 다닌다. 80년대 동료들이 선동적인 리얼리즘 작품들을 쏟아낸 것과는 달리 그는 자연의 잠재된 역사를 추적하고 어두운 현실을 배경으로 삼아 모더니즘 위에 리얼리즘을 덧씌웠다. 세속적인 예술활동을 거부한 채 지금도 현실에 뛰어들어 시민운동을 정력적으로 벌이는 그의 행적을 이해하면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는 작품세계로 다가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는 핍박받고 소외받는 민중들의 희망을 작품에 담고 있지만 절대로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해 12월 27일부터 1월 4일까지 서울 공평아트센터에 이어 인천에서 여는 것이다. 작품들은 2000년부터 지금까지 틈틈이 그려낸 작품들이며 당초 준비했던 미국 전시회 계획을 틀어 이번에 큰맘먹고 개인전을 열었다.
강 교수는 “현실을 예술 안에 담되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며 “이번 전시회 작품 역시 현란하지 않은 얌전한 형식을 빌려 현실을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고독한 소년, 고향들녘 유랑
입력 2002-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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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1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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