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전용극장 광경
자동차가 국민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으로 여겨지면서 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문화가 우후죽순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또한 여가생활의 상당부분에서 자동차가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영화와 자동차가 합쳐진 자동차전용극장. 미국에서 5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최근 미국에서는 자동차극장의 인기가 수그러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반면 국내에는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의 하나로 자동차전용극장은 쇼핑센터 주차장에 스크린을 세우는 파격을 실행하며 인근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자동차 극장이 문을 연것은 지난 2000년 10월. 수원 농협 하나로마트 단지내에 위치해 있다. 직거래장터 주차장을 함께 사용하는 이 극장은 주차대수 최고 170대, 아늑하게 즐기기에는 100여대가 적당한 규모다. 평균 관람대수는 평일 70여대, 주말에는 100여대를 넘어선다.
처음 이곳을 찾은 쇼핑객은 주차장에 자리잡은 커다란 스크린을 보고 '광고판'으로 오해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멀리 산업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전조등 불빛과 하얀스크린이 어울리면, 비로소 감탄사를 터트린다.
업주인 김은섭씨는 처음 이곳에 자동차 극장이 들어설 때만 해도 장사가 되려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입소문이 퍼지며 이 극장은 직거래장터의 명소가 됐고 낭만을 즐기려는 마니아들도 생겨났다. 다른 자동차극장과 달리 쇼핑몰에 인접해 있어 직거래장터 손님들도 이용을 많이 한다.
김사장은 “쇼핑센터를 찾는 대부분이 자동차를 끌고 온다”며 “또 문화적 욕구가 상대적으로 강해지고 있는 젊은 부부와 중년 주부를 주 공략대상으로 잡았다”고 도심지 자동차전용극장의 마케팅 전략을 밝혔다. 인근 아파트단지에 사는 유모씨는 남편과 함께 가끔 이곳을 찾는다. 두 아이를 둔 유모(34)씨는 맞벌이 부부다 보니 극장에 갈 시간이 많지 않다. 이곳에 자동차 극장이 생긴 뒤 2달에 한번 정도 영화관람을 즐긴다. 늦은 밤이라 두 아이는 잠들기 일쑤지만, 남편과의 소중한 데이트를 즐기는데 무리가 없다는 것이 이유.
지난달 막내아들과 함께 이곳에서 영화를 관람한 이모(50)씨는 요즘 막내아들에게 함께 쇼핑을 가자고 조른다. 극장을 직접 찾으려 해도 혹시라도 낯부끄러운 장면을 젊은이들과 함께 볼까봐 외면하곤 했었는데, 이제는 아들의 차안에서 편하게 영화감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의왕시 백운호수 주차장 입구에서 설치된 자동차전용극장은 평일밤은 물론 주말이면 호수 둑 아래 설치된 대형스크린 앞에 적게는 수십대에서 많게는 100여대 이상의 차량이 모인다. 평촌 주민과 주말 행락객을 고객층으로 하고 있다. 어두운 밤하늘에 환하게 빛나는 대형화면은 매력적이다.
이곳에서는 도둑관람도 극성이다. 백운호수 순환도로를 타고 가던 차량들이 길가에 주차해 공짜 영화관람을 하는 것이다. 음향이 전혀 안들리니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도둑관람 차량들은 모두 극장측의 음향 발신 주파수를 꿰고 있다. 라디오 볼륨을 극장측이 정한 주파수에 맞추기만 하면 만사 오케이다. 그 옛날 개구멍을 찾아, 기도의 감시를 피해 공짜 서커스와 영화를 보던 시절을 생각하면, 도둑관람도 과학적으로 변한 셈이다.
그러나 자동차전용극장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비해 관람문화는 정착되지 못한게 사실이다. 특히 영화보다 더 진한 야한 장면을 연출하는 젊은 커플들이 관람분위기를 망치는 대표선수들. 평촌에 사는 주부 박모(38)씨는 “주말 저녁에 가끔 가족들과 자동차전용극장을 찾지만, 항상 아이들이 신경쓰인다”고 말한다. 앞 자동차에서 영화는 아랑곳 없이 열심히 키스신을 연출하는 커플들이 눈에 띄면 곤혹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보다는 겨울이 더 심하다고 한다. 짙은 선팅을 한 차 유리에 김이 서리면 완벽한 커플룸으로 변한다는 것. 항상 문화보다는 현상이 먼저 수입되는 우리의 문화수용 태도로 인해 빚어지는 몰염치와 무례한 행동이 자동차전용극장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겨울밤 스크린 위로 흩날리는 눈그림자와 함께 대형화면 위를 흐르는 아름다운 영상은 오늘도 자동차전용극장 마니아들을 부르고 있다.

◆ 도내 전용극장
경기도와 인천시에는 10여개의 자동차전용극장(드라이브인 씨어터·drive-in theater)이 자리잡고 있다. 드라이브 코스와 관광지에 인접해 있어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고 특히 주말에는 2시간 전에 극장에 도착해야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을 정도다.
#애플스타
한국민속촌내 주차장에 위치한 애플스타는 가족나들이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에서 빠질 수 없는 명소중 하나다. 인근 용인 에버랜드와 한국민속촌을 관람한 뒤 오붓하게 영화관람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350여대가 주차. 입장료 1만2천원(장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