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비밀스러운' 성적 오르가슴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걸스 온
탑'은 미국의 청춘 섹스 코미디 '아메리칸 파이'와 여러모로 닮았다. 아예
내놓고 '여성판 아메리칸 파이'라는 홍보문구를 쓰고 있을 정도다.
오르가슴에 집착하는 여고생들을 내세워 그들만의 '은밀한' 경험을 까발리
는데 주력한다. 단짝 친구인 빅토리아와 리나, 잉켄의 최대 관심사는 오르
가슴을 느껴보는 것이다.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레즈비언과 대화를 나누거나 처음 만난 남자와 섹
스를 시도하는 등 갖은 애를 써보지만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이 생각만큼 쉽
지가 않다.
그럴수록 오히려 남자들에 대한 혐오감만 깊어지고, 성적 환상도 점점 커져
만간다.
그러던 중 잉켄은 '자전거 타기'를 통해 묘한 쾌감을 맛본다. '아메리칸 파
이'에서 주인공이 파이로 '모종의 실험'을 감행한 것처럼 잉켄은 자전거를
실험의 대용으로 선택한 셈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주인공을 남자에서 여자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만 했을
뿐 이렇다할 참신함은 더 이상 내보이지 못한다. 아무런 쾌감없이 성관계
를 맺는 여성의 모습을 통해 "남성 중심의 섹스는 '이제 그만'"이라고 말하
다가도 '아메리칸 파이' '로드트립' 같은 섹스 코미디의 결말을 전형적으
로 좇아가는 안일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성적 욕구에 강한 집착을 보이던 이들은 결국 서로 너무 잘 알아 애인 사이
가 될 수 없었던 친구, 평소에 무시했던 '왕따', 자신을 욕보이다가도 애절
한 노래 한곡을 들려주는 남자 등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독일
의 신예 데니스 간젤감독. 25일 개봉.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