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삶은 고단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이어지는 근무가 끝나면 지친 몸을 이끌고 도서관을 향한다. 어느덧 새벽 두세시, 그때서야 고독한 그의 방을 찾아 몸을 눕힌다. 천근 같은 몸을 잠깐의 잠으로 추스르고 출근에 앞서 또다시 새벽 도서관을 찾아가는 그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집을 짓는 일을 반복하는 동안, 영혼이 스스로 움직이는 날을 얼마나 더 기다려야 했던가. 버거운 심상의 눈은 겹쳐지는 선을 그어간다….”(시 '이름 없는 응모자' 중에서)
지난 1993년 두번째 시집을 선보인 이래 8년여만에 세번째 시집 '오늘은 당신의 생일입니다'를 발간한 박병두(38) 시인. 수원 남부경찰서 일선 현장의 경찰관으로 하루종일 온갖 사고와 범죄를 상대해야 하는 그에게 시인이란 또하나의 직함은 어찌보면 욕심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에 대한 그의 열정은 오히려 이런 고단하고 힘겨운 상황을 더욱 치열하고 절절한 시어로 녹여내도록 이끌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무게를,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간절함을, 그리고 힘겨움 뒤안길의 짙은 그늘을 그는 말없이 시어 속에 쓸어 담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주 조그만 희망의 싹을 틔워낸다.
“내 외로운 날엔, 슬픈 편지를 쓰겠다 네온 불빛이 비쳐도 내 어둠의 광막에서 이제 잠을 깨리다, 아침이 온다 ….”(시 '야외 음악당 공연장' 중에서)
그는 요즘 수원문학상과 경기문학상, 이육사문학상, 전태일문학상 등을 잇따라 수상했다. 진실함이 담긴 그의 시가 인정을 받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정성들여 깨끗이 닦은 시인의 맑은 속살'이 들여다 보이는 그의 시는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