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연극과 무용, 음악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경기도립예술단의 공연을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무용단 조흥동, 오케스트라 최선용, 극단 문석봉, 국악단 이준호 예술감독 등 4명의 도립예술단 사령탑이 17일 경기도문화예술회관 귀빈실에서 만나 올해의 계획과 그동안 현장에서 부딪히며 느낀 점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도 문화발전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참석자:조흥동 경기도립무용단 예술감독
 최선용 경기도립팝스오케스트라 예술감독
 문석봉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
 이준호 경기도립국악단 예술감독
 사회:윤인수 경인일보 문화부장
 ※이하 편의상 존칭 생략

 ▲사회=올해는 수원에서 월드컵이 열립니다. 도와 시에서 문화행사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걸로 아는데, 올해 좋은 계획 많이 세우셨습니까.
 ▲조흥동=월드컵 기간인 6월 8~10일 정기공연을 갖고 이와 별도로 한국무용의 정수를 뽑아낸 소품들로 외국인을 위한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특히 수원서 경기를 벌이는 4개국 중 포르투갈 등 3국의 민속무용단을 초청해 함께 어우러지는 공연을 추진하고 있어요. 어려운 것은 한국무용으로 월드컵을 표현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에요. 현재 북의 합주 '상생'을 구상하고 있습니다만, 한편으론 무대만 집착하지 말고 시민-관광객-선수가 함께 참여해 어우러질 수 있는 방식으로 '용의 춤' 같은 것을 생각해봤으면 해요.
 ▲문석봉=올해 새로 기획한 것은 세계명작시리즈와 겨울쯤 가족극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정기공연 중 하나로 셰익스피어 작품을 올릴 계획이죠. 수원은 정조, 화성, 나혜석 등 향토 소재가 많아 '정극'스타일을 요구받곤 하는데, 그것도 중요하지만 시·청각 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는 세계추세를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가족극은 시민들이 연극에 정서적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의도한 것입니다. 훈훈한 이야기를 담은 '첫눈오는 날'(가제)같은 것을 생각해봅니다. 순회공연은 극장이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아 마당놀이 스타일이 좋을 것 같구요. 앞으로 시즌별, 대상별, 레퍼토리별로 조직화된 극단으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사회=음악쪽은 어떻습니까. 1년만에 다시 오신 이준호 감독의 소감도 듣고 싶군요.
 ▲이준호=제가 요즘 기피하고 있는 질문인데…(웃음), '지휘자는 객'이라는 생각을 해요. 있는 동안에 좋은 단체,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은 의무지만 자리에 집착해선 안되죠. 지난 1년간 여러 제의가 있었는데, 모두 물리치고 다시 온 것은 하던 일을 마무리짓고 계획했다가 못했던 일이 있어서입니다. 뭐냐하면 '경기소리'를 발굴하고 무대화하는 작업이죠. 경기소리라 하면 민요를 생각하지만 경기도당굿은 판소리 스타일이고 서도소리는 서해안을 따라 형성된 것이에요. 또 묻혀있는 토속민요를 발굴해 쉽게 부를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장기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있어요.
 ▲최선용=지난 한해는 정신없이 달려왔어요. 도에서 뒷받침해줘 숙원이던 3관편성을 이뤘지요. 이웃 단체들에 미안할 정도로 특별한 지원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내실을 다져 해외로 진출했으면 합니다. 이제 국내 음악계에서 '경기도립'하면 다 알지만 전국적 활동으로 지명도와 위상을 높이고 싶습니다. 나름대로 상품화됐으면 하는 거죠. 또 극단과 무용단, 국악단과 함께 공연하며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사회=예술감독들께서는 모두 서울에서 활동하셨는데, 분위기가 다르지요?
 ▲문=제가 가장 늦게 도립에 왔는데…, 아직 익숙지 않아 공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올들어 우리 회관 예산을 보니 인건비와 시설투자비가 90%, 작품제작비는 10%더군요. 그렇다면 퍼포밍(performing)홀이라 할 수 있나, 박물관형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봤어요. 다 아시겠지만 조 선생님은 우리나라 최고의 무용가이십니다. 이 선생도 국악계에서 '박범훈은 학교, 이준호는 현장'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분이죠. 좋은 감독들에 걸맞은 콘텐츠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술단을 단지 유지하려는 차원이 아니라면 모험정신이 필요합니다. 공연예술도 산업화되고 있는데, 제작·홍보도 진취적이어야 하고, 각 단체 특성에 맞는 지원방식도 필요하구요.
 ▲이=우리가 도의 여러 굵직한 행사에서 공연을 많이 하잖아요? 고양꽃박람회 때 경험한 일인데요. 우리가 공연할 날짜와 장소가 아주 취약한 거예요. 이벤트사가 할 수 없을 때 대타로 뛰는 느낌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돈주고 사는 단체는 대우해주고, 도립은 '공짜단체'니 메우는데 쓰는 인식이 있다는 겁니다. 예로 이벤트사에서 섭외한 대학생들은 일당 10만원이고 우리 단원은 2만원이 고작입니다. 그래도 도의 '대표주자'로서 인정해주면 괜찮아요. 그게 아니니까 힘들죠.
 ▲사회=도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