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시즘(Marxism)과 공자(孔子)사상 사이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70, 80년대 우리나라 학생운동의 한 복판에 서 있던 인물이 동양사상의 중심 축을 이루어 온 공자(孔子)에 빠졌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이우재(44)씨는 분명 물과 기름처럼 보이는 이 둘을 하나의 끈으로 연결짓고 있었다.
“마르크스가 사회변혁을 하부구조와 상부구조와의 모순을 타개하는 것으로 봤다면 공자는 사람의 변혁이 먼저라고 여겼습니다. 마르크스가 사회적 틀을 얘기했다면 공자는 인간을 말하고자 했던 거지요.”
이씨는 “이 둘이 겸비될 때 이상적 변혁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창시절 인천에선 이름난 수재였던 이씨는 지난 75년 서울대 사회계열에 입학했다. 이후 장제스(蔣介石), 저우언라이(周恩來), 마오쩌둥(毛澤東) 등 중국의 당시 3대 인물이 세상을 떠나면서 중국역사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동양사학과로 계열을 바꾸었다. 전공을 바꾸면서 자연스럽게 학생운동에 매달리게 됐다.
1978년 유신철폐를 외치는 학내시위를 주도해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체포돼 옥살이, 80년 광주민주화운동 유인물을 살포했다가 다시 계엄포고령위반으로 구속, 83년 인천지역 사회운동연합 구성, 86년 인천 5·3사태 주도 혐의 수배, 88년 2년여간 수배 끝에 다시 구속.
이씨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이력은 화려하다. 많은 '동지'들이 역사의 전면에 화려하게 부상했지만 이씨는 여전히 '아웃사이더'로 있다. “아직까지 소득세를 내본 기억이 없다”는 이씨의 말이 실감날 정도로 '나'를 버린 저항적 인생역정은 계속되고 있는 것.
이씨가 공자 사상을 대표한다는 '논어'(論語)에 마음이 닿은 것은 사회가 온통 민주화 바람에 휩싸이던 90년대 초. 이씨는 운동권도 사회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새로 짜여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 때 우연히 눈에 잡힌 책이 논어였단다.
“공자는 그동안 하늘이라는 주술적 세계관에 사로잡혀 있던 사람들에게 '인도'(人道·사람의 길)를 가르쳐줬다는 측면에서 해방운동가입니다. 어떤 이들은 공자를 정치적 이상만을 실현하려 했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그는 당대 최고의 학덕을 갖춘 인물이었습니다.”
지금 그는 한 때 보수반동이란 이름으로 타도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공자를 진보적 사회변혁의 이론가로 떠받들고 있다.
이씨는 2000년 10월에 '이우재의 논어읽기'란 책을 펴냈다. 박제화된 공자가 아닌 역사적 사회과학적 분석에 의한 인간적 공자를 찾기 위함이었다.
“청동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는 대변혁기를 이해하면서 공자를 읽어야 공자사상의 요체를 알 수 있다”는 이씨는 “공자가 요즘 정치를 봤다면 아마도 소인의 정치이기 때문에 헤아릴 가치조차 없다고 말했을 것”이라면서 우리 현대정치에 대한 일갈도 잊지 않는다.
“너 자신의 덕행부터 닦은 뒤 백성들에게 믿음을 주라”는 게 공자가 우리 정치인들에게 주는 메시지라는 것.
이씨는 요즘 중국 춘추 전국시대의 제자백가(諸子百家)사상 공부에 여념이 없다. 오늘의 역사 속에서도 살아숨쉬는 공자에 대한 평전을 써볼 생각에서다.
역사속 살아숨쉬는 孔子를 만난다
입력 2002-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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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2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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