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나의 것
'공동경비구역 JSA'의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 신하균에다 배두나가 가세했다. '한국 최초의 하드보일드'라는 장르가 얘기하듯 박찬욱 감독은 전작과는 다른 영화 문법을 풀어놓는다. 설명과 대사가 적고 영상은 잔혹하면서도 무미건조하다. 핏빛 복수극속에 인생과 세상의 부조리를 던져놓은 영화는 대중적이었던 '공동경비구역 JSA'와는 달리 작가주의쪽에 가깝다. 감독의 뚝심과 역량은 돋보이지만 관객과의 접속은 미지수.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누나와 단둘이 사는 류(신하균)는 누나의 신장을 구하기위해 장기 밀매단을 찾는다. 하지만 퇴직금 1천만원과 자신의 신장마저 빼앗긴다. 여자 친구로 극렬 운동권 학생인 영미(배두나)는 이런 류를 보다못해 부잣집 아이를 유괴하자고 제안한다. '착한 유괴'로 자신들을 합리화시킨 류와 영미는 중소기업 사장인 동진(송강호)의 딸을 납치, 몸값을 챙기는데 성공하지만 누나가 자살하고 유괴한 아이도 강물에 빠져 죽고 만다.
이후 영화는 복수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누나를 잃은 류는 장기 밀매단을 잔인하게 응징한다. 동진은 영미를 전기고문으로 살해한 뒤 류를 자신의 딸이 빠져죽은 강속으로 끌고 들어가 발목의 아킬레스건을 잘라 익사시킨다. 마지막엔 동진 역시 복수의 희생물이 된다. 영화는 이들의 복수극과 희생은 돈과 실직등 우리 사회 모순과 맞닿아 있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웨이트 오브 워터
아니타의 장편 동명 소설을 '스트레인지 데이즈'의 캐서린 비글로 감독이 스크린에 옮겼다. 현재의 살인사건을 취재하고자 100년전 발생한 도끼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사진기자의 현실과 과거를 겹쳐놓은 구성이 독특하다. 1873년 3월 6일 미국 메인주의 스머티노즈 섬에서 끔찍한 도끼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피살자는 노르웨이 출신 이주민인 두 여인.
이들의 여동생이자 시누이인 목격자 마렌은 섬에 남아 있던 유일한 남자 루이스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알리바이가 없었던 루이스는 무죄를 끝까지 주장했으나 유죄판결을 받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100년 후 사진기자인 진은 도끼 살인사건 취재차 남편 토머스, 시동생 리치, 그의 연인 애덜라인 등과 요트를 타고 스머티노즈 섬으로 향한다.
항해가 지속되자 토머스는 애덜라인의 유혹에 빠져 번민하고 이를 지켜보는 진은 질투심에 몸을 떤다. 영화는 이를 통해 100년전 살인사건도 근친간의 불륜에서 비롯됐음을 암시한다. 등장인물들의 미세한 심리변화를 제대로 쫓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 션 펜, 엘리자베스 할리 등이 출연한다.
★로얄 테넌바움
부모의 이혼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세 자녀가 아버지가 불치병에 걸리면서 20년만에 해후한다. 그들은 주니어 챔피언 테니스 선수였던 리치, 10대 초반에 부동산 투자 전문가였던 채스, 15살때 극작가로 5만달러의 상금을 받았던 마고.
이들의 현재 모습은! 입양된 마고는 부모를 잊지 못해 찾아나섰다가 손가락이 하나 잘렸고, 리치는 짝사랑하던 누나 마고가 결혼을 선언하자 세상을 등진채 살아왔다. 채스는 비행기 사고로 아내를 잃자 비상시에 대비한다며 두아들과 빨간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살아왔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애정 결핍 증세를 보인다는 점. 영화는 의사소통과 이해의 부족으로 좌충우돌하는 세 자매를 앞세워 인간사의 단면을 웃음으로 통찰한다.
미국 개봉시 5개 스크린에서 시작된 영화는 점차 인기를 모아 개봉 3주 후에 박스오피스 5위에 올라서는 저력을 보였다.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진 해크먼외에 벤 스틸러, 기네스 팰트로, 안젤리카 휴스턴 등의 낯익은 얼굴들이 등장한다. 감독은 '빌 머레이의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의 웨스 앤더슨.
★밴디츠
성격이 판이한 듀엣 은행강도와 인질로 잡혔다가 강도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는 한 여자간의 로맨스와 범죄가 줄타기를 벌이는 코미디. 탈옥, 은행털이, 로드 무비 등의 흥행 코드에다 브루스 윌리스, 빌리 보브 손튼, 케이트 블란쳇 등의 할리우드 톱스타까지 '오션스 일레븐'을 연상시킨다.
감방동료 조와 테리는 감옥생활의 무료함을 견디다 못해 충동적으로 레미콘 차량을 탈취, '세상 밖으로' 뛰쳐나간다. 조의 사촌동생으로 스턴트맨인 하비를 끌어들인 이들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본격적인 은행털기에 나선다. 순탄한 강도행각을 벌이던 듀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