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감독이 한층 무르익은 자기만의 스타일과 원숙미를 앞세웠다면 젊은 신인 감독의 주무기는 신선함과 패기 혹은 실험정신일 게다.
부잣집 아들인 '오렌지족' 성환(송승헌)과 밤에는 호스트로 일하는 '기생오라비' 우섭(권상우), 세상만사에 관심없는 '수수방관형' 진원(김영준). 티격태격하면서도 이들 세 명은 항상 뭉쳐 다닌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이들은 다만 별스러운 고등학생이었을 뿐이다.
1천억원대 재산을 가진 사채업자 집에서 수십억원을 훔친 도둑이 담벼락을 넘다 발을 헛디뎌 하필 밑에 있던 이들 세 명이 탄 차 위로 추락한 것. 관점을 옮기면 난데없이 하늘에서 거액이 든 돈보따리가 시체와 함께 떨어진 셈이다. 이들은 잠시 주저하다가 돈가방과 시체를 태우고 일단 튀기로 한다.
강력계 신참형사 지형(이범수)은 도둑맞은 사채업자 집을 수사하다가 상부에서 사건을 덮으라는 움직임이 있자 남몰래 뒤를 캐기 시작한다. 한편 거액의 돈을 손에 넣은 세 명은 백화점 명품관을 돌며 수천 만원씩 쇼핑을 하고 전교생에게 피자를 돌리는 등 돈을 물쓰듯 쓰다가 지형의 수사망에 걸려드는데….
'돈가방을 둘러싼 추격전'. 이 영화의 관건은 일본영화 '아드레날 드라이브'나 '산전수전' '피도 눈물도 없이'등 그간 숱한 작품에서 봐왔던 소재를 얼마만큼 감독 특유의 재기와 개성을 발휘해 그려낼 지가 관건이었다.
송승헌과 권상우, 김영준 등 청춘스타들을 내세운 '일단 뛰어'는 그런 면에서 너무 안전한 길을 택했다는 점에서 의외다. 줄줄이 다른 작품이 연상될 정도로 익숙한 길을 간다. 연출의 매무새는 제법 깔끔하지만 '무난하다'는 것은 젊은 감독에겐 오히려 흠이다. '일단 뛰어'라는 제목이 주는, 몰아치는 듯한 젊음의 패기보다는 한발씩 주춤주춤 다가간 듯한 느낌이 강하다.
템포가 한박자 더 빨랐으면 좋을 뻔했다. 감독은 “'고 녀석들 참 귀엽다' 정도만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고급 자가용을 굴리고, 밤만 되면 '언니'들을 찾아가 하루 50만원씩 화대를 받는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한국의 평범한 '고딩'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연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