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 도읍기(BC 18-AD475년) 백제 왕성으로 지목되는 서울 송파구 풍납
1,2동 풍납토성 성벽 바깥 일대 해자(垓子)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가 졸속
을 거듭하고 있다.

성곽 부대시설의 하나인 해자는 성 바깥 땅을 둘러파고 물을 가둬놓거나 흘
러가게 만든 도랑이나 연못으로 고대 평지 성곽에서 거의 예외없이 확인되
고 있다.

따라서 서쪽으로 한강을 낀 평지 토성인 풍납토성 역시 성벽 폭과 비슷한
최소 43m 폭의 거대한 해자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해자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성벽 바깥 일대 대규모 재건축 예정
지 4곳에 대해 잇따라 실시된 조사는 여러 모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예컨대 서벽 근처 삼표산업 건물신축 예정지에서는 지하 4-5m 지점에서 해
자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두터운 뻘층이 확인됐는데도 해자가 아니라는 발굴
자의 독단적인 판정이 서둘러 내려진데 이어 이러한 평가를 토대로 지난달
22일자로 건축허가까지 났다.

또 동쪽 성벽 인접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 예정지 3곳에 대한 시굴은 해자
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 5m 이하로는 탐층 갱(시굴 트렌치)을 파내
려가보지도 않은 채 '해자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조사를 종결했다.

이와 함께 이들 재건축 아파트 예정지 한 곳의 경우 건축시행자가 불법 공
사를 하다가 백제 유물이 출토됨으로써 공사가 긴급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
지기도 했다.

이들 해자 추정 지역에 대한 조사는 서울시의 의뢰로 구석기시대 전공인 서
울 K대 C교수가 도맡아 시행했으며 그 결과는 최근 「풍납토성 주위 재건
축 부지 약시굴 보고서」로 나왔다.

4곳 가운데 삼표산업 건물신축 예정지에서 확인된 뻘층은 발굴자가 서울대
에 의뢰해 질량가속분석기(AMS)로 연대측정을 한 결과 BC 30-AD 300년이라
는 수치가 나왔다.

이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성벽 안쪽과 성벽에서 채취한 목탄과 토기 등에
대해 실시한 16개 이상 되는 각종 연대측정치 및 이를 토대로 한 풍납토성
축조연대와 놀랍도록 일치하고 있어 뻘층은 해자 흔적일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쪽 성벽 재건축 예정지 3곳에 대한 해자 확인 조사는 더욱 큰 문제점을
지닌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C교수가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지역에서는 지표면 기준으로 지하
5m 이상만 조사하고는 '해자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조사 방식은 대단히 위험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지난 99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동쪽 성벽 두 군데를 완전히 절개한
결과 현재의 지표면 5m 지점에서 성벽이 시작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볼 때 풍납토성 일대 해자는 적어도 지하 5m 이상을 파내려가야 존
재 여부가 확인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이들 해자 추정 지역에 대해서는 약시굴이나 시굴이 아닌 본격 조
사가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