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왕건' '제국의 아침'에 이은 KBS 1TV의 고려사 제3탄 '무인시대'가 다음달 8일 첫 방송된다.

무신정변이 일어난 의종24년(1170년)부터 최씨 정권을 탄생시킨 최충헌의 죽음(1219년)까지 50년동안의 역사적 사건들을 다룬 서사적 인물사다. 이의방-정중부-경대승-이의민-최충헌 등 난세를 살다간 장군들의 삶을 모두 150부작에 걸쳐 1년6개월 동안 방송한다.

작가는 '여인천하'를 집필했던 유동연, 연출은 '명성황후'의 윤창범 PD가 각각 맡았다.

주인공격인 배역에는 '태조왕건'의 '견훤' 서인석이 이의방으로 복귀하고 정중부 역에는 김흥기, 이의민 역에는 이덕화 등이 각각 출연한다. 또 장군들의 여인들로 정선경이 이의민의 처로 출연하고 김성령은 노비출신으로 의종과 이의방의 애첩인 천하일색 무비로 나온다.

◆ '이의민'役 이덕화

“그동안 사극에서 희화화된 인물들만 맡았는데 정통 사극에다가 배역도 너무 맘에 듭니다. 연기생활을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무신정변 이후 네번째 집권자로 등장하는 이의민 역에 캐스팅된 이덕화(52)의 각오다. 이의민은 소금장수 아버지와 노비인 어머니 사이에서 천민출신으로 태어나 이의방 밑에서 마치 '행동대장'같은 역할을 하던 끝에 집권에까지 이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일자무식에다 잔인하고 포악하기 그지없는, 오로지 신분상승욕에 불타는 인물입니다. 그간 연기를 하면서 양이 안찼는데 이번에는 '할때 하는 것처럼' 할 수 있어서 정말 맘에 듭니다.”

그의 표정에서도 연기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는 게 어느정도 기쁨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주인공을 맡았다는 마음이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9척 장신에 쌍도끼를 휘두르고 날리던 이의민 역을 연기하기 위해 정채홍 무술감독에게 자청해서 동작 하나하나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맡은 배역에 욕심이 앞서다 보니 드라마에 대한 애정도 남달라 연출자하고 대본을 놓고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면서 다투는 일도 많다고 한다.

1회에 나올 예정인 눈밭길 행렬 촬영에서 추위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 내인을 번쩍 들어메고 가거나 전투 도중 쓰러진 적군의 병사를 '확인사'하는 장면 등은 그가 제안해 찍은 장면들이다.

“나름대로 이의민을 연구하면서 이런 이미지들은 꼭 필요하다 싶으면 감독한테 말해 넣어달라고 제안합니다. 사실 감독도 촬영 꼼꼼하기로는 소문난 분인데.” 최근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병원에 누워계실때 일하러 다닌다고 제대로 보살펴드리지 못한 것이 정말 가슴아팠다면서 열심히 해서 마음의 짐을 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이의방'役 서인석

지난 22일 조선호텔 제작발표회장에서 만난 이의방 역의 서인석(54)은 고려시대 장군의 모습을 재현한 갑옷에 철퇴를 든 늠름하고 근엄한 장수의 모습으로 다른 출연진들과 함께 무대에 섰다.

이의방은 무신정권 90년간의 최초 집권자이자 의종을 폐하는 직접적인 사건인 '보현원의 참살'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처음에는 출연을 고사했어요. '태조왕건'할 때 2년 반 동안 너무 고생을 해서 다시는 사극을 안 하겠다고 마음먹었거든요. 그런데 이건 '여자가 애 안 낳는다'고 다짐하는 거랑 똑같은 것 같습니다. 결국 또 하게 되니까 말이죠.”

그는 '태조왕건'을 출연하면서 실제로 불화살에 맞아 목 아래에 아직도 화상자국이 선명하다. 연기하면서 고생하는 부분 외에도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내심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이의방이 무예에 뛰어나고 근엄한 장군이다보니 캐릭터 변신이 없으면 견훤과 차별화되는 점이 없어 시청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어 저 사람 견훤이잖아', '그때랑 똑같은데 뭐' 하실까봐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차이점이 있다면 견훤보다 이의방이 더 무식하고 본능이 앞서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다소 천박하기까지 한 소위 '무지렁이' 캐릭터를 부각시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연기자로서의 캐릭터 변신보다는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기계의 부속품처럼 작품의 큰 틀에 자신을 맞추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의방, 정중부, 이의민, 경대승, 최충헌 등 무인시대의 집권자들 중 이의방이 가장 매력있는 역할입니다. 멋지고 짧고 굵게 살거든요. 의종의 애첩이 마음에 든다고 그의 여자를 빼앗아 데리고 살아요. 왕의 여자를 데리고 산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가 아니라면 그 시대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얘기죠.”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