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실패 이후 주춤거렸던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총'과 '칼'로 되살아나고 있다.
올해내 선보일 예정인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태극기 휘날리며' '알 포인트' '실미도' '청풍명월' '천년호' '무영검' 등 대략 6편 정도. 이들 작품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총'(전쟁)이나 '칼'(시대)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
SF나 현재 시점을 택했던 최근의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대부분 쓴 맛을 본 터여서 흥미롭다.
'총'과 '칼'은 가장 대중적인 코드인 '액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흥행이 검증된 소재. 여기에다 로맨스, 가족애, 형제애, 우정(전우애) 등 다양한 드라마를 취사선택해 제대로 살만 붙인다면 '대박'으로 이어졌던게 지금까지의 전례.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마력과 50억원 이상의 막대한 제작비에 따른 위험부담 사이에서 갈등하는 제작사들에겐 일단 흥행 안전판을 마련한 뒤 '+α'를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총'과 '칼'만큼 매력적인 무기가 없다.
이와 함께 흥행작을 1편 이상 보유한 감독들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은 신예 감독들이 주도했던 최근의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극복하려는 또 하나의 안전판인 셈.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잇따른 실패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이·삼중의 안전판을 구축한 '총·칼' 대작들이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부활'을 선포할 수 있을 지 주목해볼 일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알 포인트' '실미도'는 '총'을 앞세우고 있다. 강제규 감독이 '쉬리' 이후 4년여만에 메가폰을 잡은 '태극기 휘날리며'는 6·25 전쟁을 배경으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두 형제의 운명을 그린다. 순제작비만 130억원이 투입되는 대작으로 10일 전북 전주에서 크랭크인 했다. 장동건, 원빈, 이은주 등이 출연하며 올 연말 개봉예정.
'알 포인트'는 전쟁에다 호러를 결합시킨 한국 최초의 전쟁 공포영화. 베트남 전쟁 막바지에 실종된 전우들을 찾아나선 병사들이 저주받은 지역 알 포인트에서 부딪히는 공포가 뼈대.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올 로케하며 주연배우 감우성은 최근 해병대 아카데미에서 군사훈련을 받기도 했다. 3월 중순 크랭크인해 올 하반기 개봉 예정. 감독은 '링'의 김동빈.
'실미도'는 김일성 주석궁 폭파를 목적으로 창설된 특수부대 요원들이 실미도를 탈출, 청와대로 향하던 중 전원 자폭한 1971년의 실화를 다룬다.
'공공의 적'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강우석 감독 작품으로 할리우드 메이저 중 하나인 콜럼비아가 전액 투자 및 배급을 맡아 화제가 됐다. 설경구가 주연을 맡아 오는 3월께 촬영에 들어갈 예정.
'청풍명월' '천년호' '무영검'은 제목만으로도 '칼'이 등장함을 어렵지 않게 눈치 챌 수 있는 무협 액션물들. '청풍명월'은 인조반정을 무대로 엘리트 무관 양성기관인 '청풍명월' 소속 두 검객의 엇갈린 운명과 우정이 줄거리. '결혼이야기'의 김의석 감독과 카리스마의 최민수 조재현이 같이한다. 60억원의 제작비에 오는 4월 개봉예정.
'천년호'는 천년의 한을 간직한 '천년호'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무사 비하랑과 자운비 사이의 비극적인 사랑이 중심 테마. '닥터봉'의 이광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정준호 김혜리 김효진 등이 출연한다.
중국 올 로케 촬영중이며 오는 6월 개봉예정. '비천무'의 김영준 감독이 도전하는 '무영검'은 올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막바지 캐스팅 작업중이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이번에는 성공할까?
입력 2003-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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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1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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