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30여개의 영화제에 초청받아 호평을 받은 '동승'(童僧·11일 개봉)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외로움과 그리움을 건드리는 영화로 잔잔하지만 진한 울림이 있다. 아홉 살 꼬마 도념(김태진)은 걸쭉한 입담의 큰스님(오영수), 총각스님 정심(김민교)과 함께 산사에서 살아가는 동자승.

도념의 취미는 산토끼 몰이. 염불 도중 졸기나 하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아랫동네 초등학교나 기웃거리는 이 동자승은 스님이지만 어쩔 수 없는 어린애다. 태어나서 한 번도 엄마를 본 적이 없는 도념은 하루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키가 나무만큼 크면 엄마를 볼 수 있다고 산사를 드나드는 초부아저씨(전무송)가 말해줬기 때문이다.

이때 바로 머릿속에 그리던 엄마를 닮은 아줌마 한 명이 절에 들르기 시작한다. 그녀는 아이를 사고로 잃고 괴로워하는 미망인. 도념은 예쁜 아줌마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엄마라고 부르며 이 아줌마와 같이 살면 얼마나 좋을까?' 도념은 그녀를 통해 어머니의 모습을 찾으려 한다.

한편 절을 떠나고 싶은 마음은 청년승 정심도 마찬가지다. 그가 번뇌하는 이유는 여자에 대한 그리움 때문. '마음속에 타는 불'을 다스리고자 노력하던 정심은 결국 같이 가자는 도념을 뒤로한 채 도시로 떠난다. 이제 큰스님과 도념 둘만 남겨진 산사. 어느날 다시 절을 찾은 미망인은 큰 스님에게 도념을 양자로 데려가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부탁을 하지만 큰 스님은 막무가내로 안된다고만 하는데….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세 스님은 모두 그리움을 안고 있다. 도념은 얼굴도 모르는 엄마를 끊임없이 그리워하며 청년승 정심은 제대로 맡아본 적도 없는 여성의 향기에 번뇌한다. 큰스님이 이들을 굳이 곁에 두고 싶어하는 것도 그리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듯.

월북작가 함세덕의 동명 희곡을 각색한 이 영화는 산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자연스럽게 녹여놓은 한편 그리움의 감정은 진하게 드러내고 있다. 포경수술하게 돈 달라고 졸라대는 청년승이나 닭고기 먹고 큰 스님에게 들킬까봐 마음졸이는 동자승 등의 모습이나 걸쭉한 말투로 전달되는 큰 스님의 가르침은 이 영화를 단순히 교훈만 있는 불교영화로 볼 수 없는 이유.

도념이 마지막 장면에 함박눈을 맞으며 눈밭을 걸어가는 장면이나 단풍나무 옆에서 엄마를 외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도념과 겹쳐진 관객들은 마음속으로 누군가를 외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초반의 비현실적으로 들리는 대사나 가끔 어색하게 들리는 음향처리 정도는 아쉬운 부분. '오 꿈의 나라'(감독 이정국)를 제작했던 주경중 감독이 7년 만에 완성한 데뷔작으로 안동 봉정사, 오대산 월정사, 순천 선암사 등에서 촬영됐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