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명월'(감독 김의석 · 16일 개봉)은 '천년호' '황산벌' '낭만자객' 등으로 이어질 올 하반기 무협사극 행진의 선봉장. '충무로 최고의 카리스마' 최민수와 야성적 눈빛 연기로 스크린을 사로잡아온 조재현이 조선의 으뜸검객으로 나섰다.

때는 인조반정(1623년)이 일어난 지 5년 후. 반정 공신인 좌승지와 우승지가 살해되자 조정은 호위청 제일의 무장 윤규엽(조재현)에게 범인을 찾아낼 것을 명한다. 그러나 자객은 삼엄한 경호망을 비웃듯 신출귀몰한 솜씨로 공신들을 차례차례 처치한다. 단서를 찾던 규엽은 자객의 칼에 '청풍명월(淸風明月)'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는 목격자의 말을 듣고 범인의 정체를 짐작한다.

무대는 바뀌어 반정이 일어나기 전인 광해군 치하. 최지환(최민수)과 규엽은 청풍명월이란 별칭으로 불리던 별군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우정과 맹세를 다진 둘도 없는 친구이지만 각각 궁궐 수비대와 북방의 국경 부대로 임지가 갈리면서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는 적으로 운명이 바뀐다.

반정군이 부하들의 목숨을 담보로 위협하자 규엽은 자신의 스승이기도 한 별군대장 김인(조상건)의 목을 가져와 충성심을 보여준 뒤 궁궐 습격에 앞장선다. 피와 살이 튀는 난전 속에서 규엽은 지환의 가슴에 칼을 꽂고 김인의 딸 시영(김보경)은 혼신의 정성으로 지환을 살려낸다.

와이어 액션이나 컴퓨터그래픽을 동원하지 않은 사실적 검술장면과 동해 무릉계곡, 무등산 억새밭, 남한산성, 담양 대숲, 청풍문화재단지 등 우리 산하의 배경도 한국적 무협사극의 복원이란 측면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튼실한 뼈대에 비해 힘줄은 부실한 편이다.

아쉬움을 주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 최민수의 스타일은 스테레오 타입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했고 조재현 연기도 전작들의 연장선에 놓여 있는 느낌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