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낭만고양이'를 히트시키며 스타 밴드반열에 올라선 4인조 혼성 록밴드 체리필터가 3집 앨범을 발표하고 팬 곁으로 돌아왔다.
“사운드에 많은 신경을 썼어요. 대중성을 강조한 2집과 파워풀한 1집의 장점을 담고자 노력했거든요. 또 2003년 현재의 체리필터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음반이기도 하고요.” 베이시스트 연윤근의 설명이다.
1997년부터 홍익대 부근 라이브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체리필터는 지난해 여름 발표한 2집으로 실력을 인정받으며 일약 정상의 밴드로 떠올랐다. 기타의 정우진, 베이스의 연윤근, 드럼의 손상혁, 보컬의 조유진이 멤버다.
'낭만고양이'는 지난해 가을 젊은이들이 모이는 거리에서는 어김없이 흘러 나왔고 중년층에게도 “'낭만고양이'를 모르면 구세대”라는 핀잔이 들릴 정도였다. 후속곡 '내게로 와'도 동반 히트하면서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던 음반 시장에서 록밴드로서는 기록적인 2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LG카드, 코카콜라 등 굵직굵직한 CM에서도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애니메이션 '독수리 5형제'의 타이틀곡도 불렀다.
소위 '뜨기 전'과 '뜬 뒤'의 차이점을 물었더니 재미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제가 다음 학기에 드디어 대학을 졸업하거든요. 그 전에 휴학이나 사정 말씀드리러 갈 때보다 좀 알려지고 나니까 교수님들이 훨씬 잘 배려해 주시던데요. 악기상에서 악기도 더 쉽게 빌려주고요.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죠.” 고려대 신방과 졸업을 앞둔 드러머 손상혁의 설명이다.
보컬로서 멤버 중 가장 얼굴이 많이 알려진 조유진은 “사인해 달라는 분들이 많아서 인기가 있다는 실감을 하곤 해요. 그런데 얼굴이 알려진 게 불편할 때도 있어요. 병원 갈 때, 속옷을 사야 할 때라든지 얼굴이 알려지면 민망할 때도 있거든요”라며 웃었다.
유명해진 뒤 음악적 기대치가 높아졌다는 점도 큰 차이점이다.
“활동하다보면 무대 여건상 라이브가 어려운 경우도 많아요. 그래도 체리필터정도면 라이브로 이 정도는 되겠거니 하는 기대치가 높아서 부담이 많이 돼요.”(기타리스트 정우진)
신보 제작에도 이런 부담감이 적잖이 작용했다. “얼마나 잘 팔릴까 하는 부담보다 적어도 1집보다는 2집이, 2집보다는 3집이 음악적으로 발전된다는 소리는 들어야 하잖아요.” 이들은 기존 작업실에 녹음 시설을 갖춰놓고 올해 초부터 모든 활동을 접고 신보제작에 매달렸다. 가장 어려웠던 곡은 역시 타이틀 '오리날다'였다고. 곡에 맞는 가사 쓰기가 어려워 무려 30개의 가사를 쓰고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동물 노래는 부르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그런데 '오리날다'는 작곡을 미리 해 놓고 가사를 30개는 썼거든요. 그 중에서 유일하게 동물이 소재가 된 가사가 '오리날다' 였는데 그게 가장 좋아서 또 동물 노래가 돼 버렸죠.”(조유진) '오리날다'는 '낭만고양이'를 연상케 하는 빠른 펑크 스타일의 곡으로 마음껏 날지 못하는 오리의 희망을 나타낸 감각적이고 희망찬 가사를 담았다.
열 번째 트랙 '달빛소년'은 '낭만고양이'를 작사했던 크라잉넛 한경록이 군대가기 전에 작사한 곡이다. 보사노바 스타일로 몽환적 분위기의 읊조리는 보컬이 눈에 띈다. <연합>연합>
[인터뷰]3집 앨범 낸 '체리필터'
입력 2003-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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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3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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