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의 건축이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퇴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30일 경희대 수원캠퍼스 중앙도서관 피스홀에서 열린 '미술관 건축·미술경영 강연회' 강사로 나선 독일의 세계적인 건축가 악셀 슐테츠(Axel Schultes)는 자신이 건립한 독일 본미술관과 독일수상관저, 현재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이집트 미술박물관 등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슐테츠는 “세계가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다원화 사회화되고 있는데도 세계의 건축은 공간계획 및 방향의 부재로 인해 전체 도시의 정체성(숲)을 찾기보다는 한 건물의 공간과 빛 등(나무)에만 매몰되는 퇴보의 길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건축학자들은 이같은 상황을 방치하지 말고 현재 남아있는 공간들을 신속히 확보해 생활, 자연, 전체 도시의 정체성이 결합되는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하는 세계적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회는 경기문화재단이 백남준 미술관 건축설계 국제현상공모를 기념, 미디어 아트로 대표되는 현대 미술 및 미술관 건축의 새로운 경향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400여명의 건축학자와 건축학도들이 참여하는 성황을 이뤘다.

첫 강연에 나선 전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수석 큐레이터인 존 헨하르트(John G Hanhardt)는 지난 2001년 백남준 전시회 당시 총괄기획했던 큐레이터로서 이날 다양한 슬라이드와 비디오를 통해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상세히 설명해 미디어 아트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세계 건축학의 방향을 제시한 슐테츠에 이어 강사로 나선 프랑스의 여류 건축가인 오딜 데크(Odile Decq)는 로마현대미술관, 행정관청 등 자신이 설계한 파격적이고 비정형적이며 개인의 의견이 개입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현대건축의 새로운 경향을 소개했다.

오딜 데크는 “건축설계는 반드시 모방을 피해야 하며, 자신의 독특한 작품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현대건축은 기하학적인 전통 설계방식에서 벗어나 초긴장감이 흐를 수 있는 파격성과 건축적 개념을 추상화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며 “이 강연회를 듣고 있는 건축학자나 건축학도들은 이같은 흐름을 더욱 한차원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