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 펄의 저주)

시원한 바다에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 '니모를 찾아서'와 함께 올 여름 미국 영화시장의 왕좌에 오른 작품이다.

무대는 해적들의 황금기가 끝나가던 18세기의 카리브 해. 영국령 자메이카 포트 로열 총독 웨더비 스완(조너선 프라이스)의 딸 엘리자베스(카이라 나이틀리)는 배를 타고 가다가 실신한 채 바다에 표류하던 소년 윌 터너(올랜도 블룸)를 발견한다. 그는 윌의 목에 걸려 있던 황금 목걸이를 벗겨 품에 넣는데 이것이 화근이다.

10여년 후 엘리자베스는 노링턴 제독(잭 데이븐포트)의 청혼을 받다가 실수로 바다에 빠진다. 재빨리 뛰어들어 그를 구한 것은 왕년의 해적선장 잭 스패로(조니 뎁). 그는 항해사 바르보사(제프리 러시)가 주동한 반란으로 해적선 '블랙 펄'을 뺏긴 뒤 이곳저곳을 떠도는 중이었다. 노링턴 제독은 그의 정체를 눈치채고 체포하려 하지만 엘리자베스의 간청으로 놓아준다.

엘리자베스와 잭이 가까스로 위기를 면한 순간 바르보사 일당이 포트 로열을 습격해 엘리자베스를 납치해간다. 자신의 출신을 잊은 채 대장장이의 아들로 살아가던 윌은 잭과 함께 블랙 펄을 뒤쫓고, 노링턴 제독도 함대를 이끌고 이들의 뒤를 따른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시원한 바다를 무대로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 미국판 '링'을 만들었던 고어 버빈스키는 CF 감독 출신답게 테마 파크의 놀이시설처럼 아찔하고 신나는 장면을 쉴새없이 선보인다.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도 실제와 똑같아 보이는 오픈 세트와 범선을 만들어냈고, 조니 뎁이 연기한 잭의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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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마누라2 : 돌아온 전설)

지난 2001년 추석 수많은 경쟁작들을 무릎꿇렸던 '조폭마누라'가 다시 찾아왔다. 부활을 책임진 인물은 2002년 추석 '가문의 영광'을 히트시켰던 정흥순 감독과 전편으로 500만 신화를 만들었던 주인공들.

이야기는 도심 고층건물의 옥상에서 펼쳐지는 난투극으로 시작된다. 수적 열세에 놓인 가위파가 무너지기 직전, 가위파 보스인 '깔치' 차은진(신은경)이 헬리콥터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 전세를 역전시킨다. 그러나 상대편에 총을 든 무리가 가세하자 차은진은 총상을 입은 채 건물 아래로 추락한다.

닭장차 위에 떨어져 다행히 치명상은 입지 않았지만 술에 취한 중국음식점 주방장 윤재철(박준규)에게 발견돼 끌려가다가 머리를 크게 다쳐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다.

지방 소도시의 중국음식점 '슈'에서 '슈슈'라는 이름의 배달원으로 일하는 은진은 기억을 되찾기 위해 폭우가 내려치는 날마다 살만 남은 우산을 들고 번개를 기다리는가 하면, 쇠꼬챙이를 콘센트 구멍에 꽂아 감전을 시도하기도 하고, 뱀을 산 채로 끓여 먹기도 한다.

정흥순 감독은 2편을 만들면서 거친 욕설이나 잔인한 폭력장면은 순화시킨 대신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전면에 내세웠다. 외롭게 살아온 재철과 그가 고아원에서 입양해 키워온 딸 지현(류현경)이 은진과 맺는 관계는 경쟁 조직과의 대결보다 더 중요한 뼈대를 이룬다.

전편 못지않게 재미있는 장면을 군데군데 배치해놓기는 했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계속 웃음보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폭소탄의 강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것이 속편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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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온2)

지난 6월 이색적인 공포를 선사하며 소리소문없이 짭짤한 흥행 성과를 거둔 일본영화 '주온(呪怨)'의 후속편. '주온2'의 무대 역시 전편에서 저주와 원한의 릴레이 게임이 펼쳐진 비극의 집이다. 의처증에 시달리다가 아내를 살해한 남편이 숨진 채 발견되고 여섯살짜리 아이는 실종되는데 이 집을 찾은 사람마다 저주에 걸려들어 원혼이 되고 만다.

이야기는 '납량특집, 귀신이 나온다는 흉가의 실체'라는 제목의 TV 프로그램 제작진이 이 집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각 등장인물에 초점을 맞춘 옴니버스식 구성이면서도 전편과 마찬가지로 전체 줄거리는 하나의 고리로 연결된다.

'호러 퀸'으로 불리는 공포영화 스타 히라세 교코는 TV 납량물의 단골 출연자. 올해는 아이를 가져 거절하고 싶었으나 아직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출연 제의를 받아들였다. 걱정이 돼 촬영장을 찾은 약혼자 마사시는 교코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중 핸들을 쥐고 있는 아이를 발견하고는 사고를 내고 만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사고로 유산됐던 아이가 다시 살아난 것이었다.

이와 함께 리포터인 미우라 도모카, 분장 담당 메구미, 엑스트라로 참여한 여고생 지하루 등도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저주를 부르는 실체와 마주한 뒤 죽음을 맞거나 자취를 감춘다.

러닝타임 92분을 독립된 이야기로 잘게 나눈 뒤 이를 하나로 엮으며 수수께끼의 힌트를 하나씩 던져주는 것은 '주온' 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