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500년 전통서예의 흐름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한신대학교 박물관(관장·안병우)이 그동안 개발열풍으로 훼손위기에 처한 경기지역 분묘와 비석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던 중 화성지역에 남아있는 중요 비문의 탁본만을 모은 '화성을 빛낸 조선의 명필'展을 24일부터 29일까지 경기문화재단 전시실(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서 연다.

화성지역은 정조대왕의 효의 얼이 깃든 전통의 터전이자 조선시대 전통서예의 보고(寶庫)라는 게 한신대 박물관의 설명이다.

180여기가 넘는 중요 비석의 비문을 조사한 결과 융·건릉의 정조대왕·고종황제의 어제(御製)·어필(御筆)을 비롯해 조선 전기 유행한 송설체, 중기 한석봉의 석봉체 및 송시열·송준길의 양송체, 조선후기 진경(眞景)시대의 윤순·조윤형의 동국진체 및 강세황·신작 등 북학파의 서체에 이르기까지 역대 명필들의 작품이 포함돼 있어 조선 전통서예사의 맥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선 이 같은 명필가의 비문은 물론 소동파, 안진경 등 중국 명필들의 글씨를 모아 세운 집자비(集字碑) 등 50여점이 선보인다. 또 화성지역 중요 비석의 비문을 모은 한신대 이민식 교수의 기획논문 '화성시의 금석문'과 함께 부록으로 '화성시 금석문 총목록' 등이 수록된 도록도 내놓았다.

전시작품 중 화성시 태안면 안녕리 융·건릉에 자리한 현륭원표(顯隆園表)는 1789년(정조13) 장헌세자의 묘소를 양주 배봉산에서 수원 화산으로 옮기면서 정조대왕이 직접 쓴 비문을 만나볼 수 있다. 현륭원표 앞면은 정조때 예서의 대가인 윤동섬이, 뒷면에는 '기절(氣節)'로 이름난 조돈이 맑고 곧은 필치로 정조의 글을 썼다.

또 조선 선조때 영의정을 3번이나 지낸 홍범의 신도비(화성시 서신면 홍법리)에선 왕희지체의 고법을 바탕으로 석봉체를 완성한 한석봉의 글을, 병자호란때 청군에 잡혀 절의를 지키다 순국한 윤계 순절비(화성시 남양동)에선 석봉체를 바탕으로 조선 고유색을 드러낸 양송체 주역 송시열·송준길의 글과 글씨를 감상할 수 있다.

이밖에 조성기 묘표(화성시 봉담면 유리)와 조세성 묘갈(화성시 비봉면 양노리)에선 조선 전기 유행한 송설체의 대표주자 조정서의 방만하지 않고 절제된 글씨를, 조선 후기 진경시대를 연 동국진체에 송명대의 명필 서법을 수용해 발전시킨 윤순의 서체를 만나볼 수 있다. 031-370-65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