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녀들'의 포스터 사진. 극단 무연시와 의정부연극협회가 20세기 프랑스 문단의 문제작가로 꼽히는 장 주네의 '하녀들'을 공연한다.
인간 본성의 어두운 그늘을 적나라하지만 아름답게 그린 프랑스 작가 장 주네(1910~1986). 어린시절에는 소년원을 전전했고 성장기에는 외국을 방랑하면서 거지, 남창, 마약밀수 등 타락에 가까운 밑바닥 생활을 했다. 서른이 넘어 작가 생활을 시작한 그는 악과 성(聖), 오욕과 영광의 가치전도적 상상력을 빛나는 문체로 구현해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매력적인 만큼 난해한 장 주네의 작품 '하녀들(Les Bonnes)'을 의정부의 극단 무연시와 한국연극협회 의정부지부가 공동 정기공연작품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린다. 13~21일 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

지역연극계가 힘을 모아 제작해 주목할 만하다. 제작비도 3천700만원을 투입했고, 공연기간도 장장 9일간으로 의정부예술의전당 개관 이후 최장기 공연을 하게 된다. 경쾌한 뮤지컬이 득세하고 있는 요즘, 깊이있는 해석과 연출이 요구되는 장 주네의 작품을 선정한 것도 뜻밖이다.

'하녀들'은 장 주네가 어느 날 신문에서 '하녀들이 그들의 주인을 살해하고 다락방에서 동성애를 즐기다가 체포됐다'는 기사를 읽고 썼다고 전한다. 극은 주인 마담이 외출한 빈집에서 항상 주인을 떠받들기만 하는 하녀 끌레르와 솔랑주가 신분상승의 욕망이 꿈틀대는 연극놀이를 하면서 시작된다. 놀이 속에서 하녀들은 마담을 살해하고 싶은 은밀한 욕망을 드러내게 되고 때마침 마담 애인의 전화가 걸려오면서 욕망은 구체화돼 살해의 음모로 변한다…. 작은 거실에서 펼쳐지는 욕망과 억압, 해탈의 알레고리가 볼만하다.

극단 무연시 측은 “급속한 인구 유입으로 난개발되고 있는 경기북부 지역의 빈부격차와 갈등, 이질성을 이 작품을 통해 상징적으로 풀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무대는 서양 제의식과 동양 오방색을 접목해 구성한다. 무대의 전면을 뒤덮고 있는 꽃은 이룰 수 없는 현실에서의 욕망을, 거실의 현실을, 무대 뒤 발코니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동경을 표현한다는 설명이다.

각색·연출 김도후, 음악 나유성, 미술 박민정 등이며 최병화, 신시내, 최창석이 출연한다. 공연시간은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은 오후 5시, 입장료는 1만2천~5천원이다. 공연수익금의 50%는 백혈병으로 투병중인 이영권(22·의정부 거주)씨에게 기부된다. 예매 등 문의:(031)846-9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