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여름, 가을을 숨가쁘게 달려왔다. 이제 겨울을 나기 위해 한 박자 쉬면서 호흡을 골라야 할 때. 경기도립국악단(예술감독·이준호)이 12월을 앞두고 옷섶을 여미는 마음자리를 열어줄 연주회 '추상(秋想)'을 마련한다. 오는 27일 오후 7시 경기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11월의 밤을 고즈넉이 수놓을 음악은 원일 곡 '달빛 항해', 임진옥 곡 '사랑가', 백대웅 편곡 '최옥삼류 가야금 산조 협주곡'(가야금·김해숙), 이경섭 곡 해금협주곡 '추상'(해금·강은일) 그리고 경기민요 무대다.

백대웅, 임진옥, 원일, 이경섭 등 현재 국악 창작분야에서 새로운 감각의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곡가들의 곡을 선별했다. '사랑가'는 판소리 춘향가에서 이도령과 춘향이가 정담을 나누는 대목을 모티프로 한 노래. 이번 공연에선 이정규(무형문화재 가곡 이수자·수원대 겸임교수) 외 6명이 판소리와 다른 창법으로 관현악과 호흡을 맞춘다.

'최옥삼류 가야금 산조 협주곡'도 관심을 모은다. 최옥삼은 한국전쟁중 북으로 가 50~60년대 북한 민족음악 정립에 상당한 역할을 한 국악인으로 오랫동안 우리 국악계에서 잊혀졌던 사람이다. 그의 산조는 남성적 힘이 느껴지는 굵은 가락과 무게감 있는 농현의 조화로 이름나 있다. 기골이 장대했던 최옥삼은 원래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그는 농군의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의관을 정제한 뒤 산조 한 바탕을 탔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해금협주곡 '추상'은 푸르고 여유로운 가을 하늘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이며, '달빛 항해'는 황해도 민요 '몽금포타령' 주제에 의한 변주곡으로 명상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경기민요는 도립국악단 민요팀의 임정란(도무형문화재 제31호 경기소리 보유자)씨와 단원들이 출연해 풍성한 경기가락을 선보인다.

이 예술감독의 지휘로 연주회가 열린다. 가야금의 김해숙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부원장, 해금의 강은일은 도립국악단 수석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 출강하고 있다.

입장권은 A석 8천원, B석 5천원이다. 예매 등 문의는 인터넷 www.kyculture.or.kr, 전화는 (031)230-3272~9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