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와 독도 문제는 정부·학계에서 차분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응은 열강속에서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길러야 이 문제가 재발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 힘은 경제적·문화적 완전 자립입니다.”

최근 한국상고사학회장에 선임된 이종선(56) 경기도박물관장은 중국·일본의 역사왜곡 행태는 우리가 그들보다 '힘-부의 축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그 대응방향을 제시했다.

이 관장은 이에 따라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방안으로 도박물관이 중심이 돼 역사적으로 경기도가 경제·문화적 부를 축적해 가는 과정을 조명하고, 이를 '경기도 정체성'이란 힘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현재 상설전시장과 학술조사 방향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우선 상설전시관을 그동안 도의 역사적 추이를 보여주던 것에서 탈피, 도가 역사의 주무대로 등장했던 ●한성백제시대 ●조선 영·정조 이후 시대를 중점적으로 보여줄 방침이다.

학술조사도 고양 멱절산, 포천 자작리 등 역사적으로 '한성백제의 중심지-경기도'를 나타내는 유적지를 비롯해 도내 소재한 한성백제 유적지를 대대적으로 계획발굴하고, 조선 최대의 경제·문화부흥기였던 영·정조시대 이후의 실학, 건축, 공예, 회화, 문학 등 각 분야별 유적 확보 및 학술연구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고려시대 무역선 규모와 비슷한 300t급 규모의 목선을 제작해 한성백제시대부터 이뤄져 온 중국·일본의 국제해상루트를 재현, 부의 축적과정을 보여준다는 야심찬 계획도 마련했다.

그는 특히 '2005 경기방문의 해'를 대비해 경기도를 전세계에 알리고,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을 도민들이 직접 감상해 문화적 안목을 높일 수 있는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는 10월2일부터 8일까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국제박물관협회(ICOM) 서울총회'의 29개 분과회의 중 ●지역박물관 모임 ●근대미술의 모임 등을 도박물관에서 개최하고, 총회 참석자 중 1천여명이 참여할 예정인 '총회 피날레'도 유치했다. 그는 이 시기에 맞춰 '도문화의 홍보'를 위해 조선시대 화려했던 색채의 여성문명전과 전통민속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이와함께 등신대 조각 등 화려한 예술적 세계를 보여주는 터키의 철기·히타이트시대의 문명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터키문명전', 100년전 우리나라 예술품을 수입했던 파리 기메박물관의 고려분화, 단원 김홍도 풍수화 등 한국 소장품을 역으로 보여주는 '한국문화재-한국보물전' 등 6~7개의 기획전시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 관장은 “이 같은 사업계획은 도박물관 혼자서 추진하기는 어렵다”며 “이를 위해 80여개의 대학 박물관을 포함해 도내 박물관의 네트워킹을 추진하기 위해 준비모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