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가면 어김없이 만나는 주의 문구 '작품은 만지지 마세요'. 관람객은 이 문구를 보면 오히려 더 만지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수원미술전시관(관장·강상중)이 여기에 반박하듯 기획한 '나는 작품을 만지러 미술관에 간다'展은 미술관을 열려진 공간으로서의 본래의 기능을 찾자는 소박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오는 28일부터 내달 6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만석공원내) 전관에서 열린다.
 
관람객이 작품을 쓰다듬어 보고, 눌러보고, 움직여 보고, 소리에 귀 기울여 보고, 먹어보고, 맡아보고 하는 식의 '공감각적, 촉각적인 유아기 태도'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전시회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이 각 작품의 도슨트(작품해설자)로 나서 '감각'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고 인식된 사물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삶을 배워가는 과정들을 보여줄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전시회는 본 전시와 특별전으로 구성된다.
 
본 전시는 공주석 김기창 김선현 김승현 김연 김지성 김지혜 박근용 박유근 박혜수 손원영 손정은 안수진 안재홍 엄기홍 오주연 원인종 이인경 이칠재 임창주 주성혜 최세경 등 22명의 작가들의 조각 건축 음악 설치 퍼포먼스 등 촉각과 관련된 장르들로 채워진다.
 
1층 전시실에는 조명이 설치돼 작품에 대한 시각성과 촉감성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게 꾸미고, 2층은 조명없이 '만지고 더듬고 냄새맡고 맛을 보면서' 작품을 느끼는 전시장으로 설치된다. 각 작품마다 점자체의 설명문 및 작품표제 등도 마련돼 있다.
 
작품들도 재밌다. 박근용은 깻묵과 콩 등 자연재료를 통해서 형상화한 '변'의 역설적 이미지로 이데올로기를 풍자한 설치조각을 선보이고, 김지혜는 전구와 결합된 유기체 모양의 도예설치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만져지는 빛'을 체험하게 해 준다.
 
박혜수는 천장에 향기나는 식물을 넣은 주머니를 매달고 소리를 설치해 관람객들에게 체험적 향수를 유발시키는 작품을, 손원영은 평면과 입체의 퍼즐작품을 통해 질서의 이데올로기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작품을 내놓는다.
 
이밖에 내면이 비어있는 군상 부조(안재홍), 벽에 절반이 묻힌 천으로 된 인형(최세경), 사탕으로 만든 석가모니의 입체 형상을 통해 맛보기, 가져가기 등으로 점차 소멸되는 관객 참여의 퍼포먼스 작품(임창주) 등이 전시된다.
 
특별전에는 오프닝 퍼포먼스와 함께 인천 혜광학교 등 시각장애인 학생작품이 전시되고 1층 로비에선 시각장애 교육에 관한 도큐멘트전이,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과 통로에는 큐레이터 및 어시스트의 공간연출 작품이 선보인다. 관람료는 없다. (031)228-3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