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개인전이나 그룹전을 서울에 가서 개최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시에 들어간 비용만 빠진다면, 그래도 서울에서 전시를 하는 게 이름이라도 알릴 수 있기 때문 아닐까요? 또 지리적으로 가깝고 말입니다.”
 
그랬다. 그동안 경기지역에서 '지역작가'라는 멍에를 쓰고 활동하면서도 개인의 명예와 위상을 높이기 위해 그들은 서울이란 중심부에서 주로 활동해 왔다. 아니, 지금도 일부는 서울에 목을 매며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지역작가들이 하나둘씩 서울을 등지기 시작하더니, 지난해부터는 그 속도가 가속되면서 지역작가들이 '지역미술' 활로를 찾는데 열의를 쏟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아마도 이 같은 현상에는 그동안 지역에서 자아실현을 위한 창작활동은 물론 지역미술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행동해 온 작가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경기구상작가회(회장·조진식). 이 단체는 14년전, 구상화만을 고집하고 있는 수원, 용인, 안산지역 서양화가들이 '지역사회 문화창달'이란 목적으로 모여 활동해 오고 있는 그룹이다.
 
경기구상작가회가 열네번째 정기전을 갖는다. 6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 제1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정기전에는 김수현 강상중 최현식 김영섭 김현숙 류삼렬 남부희 박종준 서해창 성하영 신현옥 이선옥 이석기 이해균 조진식 한기백 허만갑 황기선 등 18명의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줄곧 소나무만을 대상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이선옥은 이번 전시에서 소나무의 모습을 세밀하게 표현한 연필화를, 개인 화실(영실버아트센터)에서 치매환자의 미술치료에 혼신을 다하고 있는 신현옥은 코뚜레를 한 소와 마음의 아늑함을 느끼는 농촌 풍경을 오버랩시킨 '소그림'을 내놓았다. 또 김영섭은 창틀 안에 갇힌 사람과 뜯겨진 창문에 여체를 그려넣은 '갇힌 사람'을 통해 아직도 만연되고 있는 이 사회의 각종 불법·부조리로 고발하고 있다. 또 김수현과 강상중은 꽃을 통해 아직도 여성·남성으로 이분화하고 있는 이 사회의 성불평등을 고발하고 있다. (031)228-3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