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지난 11~12일 이틀동안 금강산에서 '고구려 고분 세계문화유산 등재기념 남북공동전시회 및 학술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문제와 ‘탈북자’ 대규모 입국 문제, 을지포커스 훈련 등으로 남북관계가 굳어진 가운데 행사가 열렸지만 분단 이후 처음 머리를 맞댄 남북 역사학자들은 고구려를 주제로 열띤 학문적 토론을 벌였다.

비가 오는 가운데 금강산 문화회관 앞에서 진행된 학술토론회에서는 남북공동 호소문을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 남측에서는 고구려 고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축하하면서 연구성과를 서로 교류하며 이를 홍보하고 함께 보존하는 문제 그리고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 등에 강력히 대처할 것을 주장했다. 북측 발표의 대부분은 학문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고구려가 자주적이고 강대한 황제국가로서 ‘천년 강국’이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북한이 고구려 고분군 63기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한 그동안의 사정을 살펴보자. 북한은 2001년 고구려유적을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올리는 등재를 신청했다. 이에 당황한 중국은 북·중 공동으로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북은 그 제안을 거절하고 2002년 고구려 유적을 등록 신청했고, 이에 대항하여 중국도 2003년 2월 중국영토의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공인받기 위한 등록신청서를 제출했다. 결국 동일한 성격의 고구려 유적은 2004년 7월 동시에 두 지역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정들은 중국의 이른바 ‘동북공정’ 사업과 관련이 있는데 이는 2002년 5월부터 5년동안 5억 달러를 들여 중국 동북지방의 역사, 지리, 민족문제 등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사업은 중국공산당과 중국정부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추진하는 국책사업이다. 그 이유는 한민족이 머지 않은 장래에 통일국가를 건설할 것이며 그 국가는 강력한 ‘자주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강력한 통일국가가 건설되면 간도에 대한 영유권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 데서 출발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중국의 이같은 조치는 지금의 ‘북·미 6자회담’과도 무관하지 않다. 미국은 중국을 6자회담에 끌어들여 미국을 지지해 주면 중국-대만의 대결에서 중국을 지지해 줄 것을 은밀한 조건으로 내세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북은 북·중 관계가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자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국제관계를 역이용하여 미국과 중국 등은 국가이기주의 자국중심주의로 흐르고 있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한민족이 일본의 군국주의와 중국의 패권주의에 대항하는 길은 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하고 남과 북이 힘을 합쳐 강력한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토회복’이니 뭐니 하면서 ‘구호’로만 경거망동하는 것보다는 학문적 내실을 키우고 그를 뒷받침할 사람을 키우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 힘을 제대로 키우지 않고 이러한 패권주의에 대응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세계화’, ‘미국화’의 미명하에 ‘우리 역사’를 푸대접하는 우리 모두의 뼈아픈 반성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달호(수원시 학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