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냉전시대의 유일한 유산인 DMZ(비무장지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국민들로 21세기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과연 'DMZ'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민족의 분단' '화해와 평화 통일' '생태계의 보고' '걷어내야 할 유물' 등. DMZ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은 50여 년의 세월동안 달려져 버린 국민들의 인식차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8일부터 14일까지 문화의 도시를 표방하는 포천시의 유일한 문화인프라인 반월아트홀 전시실에서 열리는 '2004 경기북부-비무장지대 재조망'展은 이 같은 인식차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전시다.
 
접경지역인 경기북부지역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는 경기북부작가회(회장·정호양)의 회원 60여명이 각자의 시각대로 바라보는 'DMZ'를 회화, 조각, 설치,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100여 작품으로 담아냈다.
 
이들은 이번 전시를 위해 수 차례 모임과 회의를 가졌고, 지난 8월15일에는 군부대의 협조로 민통선 지역의 철책선과 철원 노동당사, 월정역사 등을 답사하기도 했다.
 
정호양 회장은 “그동안 DMZ와 관련된 전시는 많이 있었지만 이번과 같이 접경지역의 현장감에 익숙한 지역작가들에 의해 비무장지대를 바라보는 시각을 담아낸 전시는 처음”이라며 “특히 이번 전시에 참여한 대부분의 작가들은 1970~1990년대 보여주었던 이데올로기적 사고의 틀보다는 DMZ의 자연생태와 환경보전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 이색적이었다”고 말했다.
 
최문수의 '문명을 벗어나다'는 화면을 12개로 분할, 황톳물과 실로 DMZ의 기암괴석, 생명력이 넘치는 산하, 생명의 물 등을 담아냈고, 정창균은 380도 방위각의 한 가운데 놓인 태극문양의 물을 담은 우물, 그 곳에서 피어오르는 흰 꽃의 '영혼'을 통해 백의민족의 통일과 세계속의 한국이 비무장지대 생태와 생명의 숲에서 뻗어나갈 수 있다는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이와 함께 정차석의 야생화를 집중 조명한 '들꽃이야기', 임승오의 조각작품 '물고기2', 성기홍의 전쟁당시 폭격으로 상처를 입은 노동당사의 가을정취를 담아낸 '가을', 노승복의 DMZ의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는 '133 프로젝트' 등도 DMZ의 생태·환경적 시각에서 우러나오는 작품들로 채워지고 있다.
 
반면 이데올로기적 시각을 담은 작품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 공병은 적·청색의 바탕위에 한반도의 지도를 각각 오려낸 두개의 철판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실상과 허상'을 통해 이 땅의 서로 다른 남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차를 드러냈고, 설경철은 분해된 오디오와 스피커 위에 분단이 낳은 이산가족의 설움을 연상시키는 '에피소드'를 통해 희석돼 가는 분단이란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한편 8일 오후 5시30분 개막식에서는 오픈 퍼포먼스로 극단 코티의 소원성취발원이란 주제로 타악, 무용, 굿 형식의 퓨전공연도 열린다. 전시 관람은 무료. (031)530-8938~8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