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사에서 근대 조각을 완성하고 현대 조각의 문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조각가 권진규(1922~1973)의 미술혼을 엿볼 수 있는 '권진규 미술관'이 여주에 들어선다.

하이트 맥주가 설립한 미술문화재단이 오는 2007년 문을 열 이 미술관은 하이트 맥주가 운영하는 블루헤론골프장(종전 클럽700) 인근 부지 3천여평, 연건평 500평 규모로 권진규의 대표작 테라코타 여인 흉상인 '지원의 얼굴’, '보살입상’ 등 조각 120여점과 회화 드로잉 유품 등 총 200여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미술관은 20여점의 권진규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하이트 맥주 박문덕 회장의 강한 의지와 권진규의 막내 여동생 권경숙(77)씨의 의기투합으로 이뤄졌다. 전시작품 중 120여점의 작품과 데생, 자료 등은 권씨가 기증했다.
 
또 권진규와 사랑했지만 국적 때문에 결실을 맺지 못했던 일본 무사시노 미술학교 후배인 오기노 여사가 미술관 건립 소식을 듣고 소장하고 있는 권씨의 유작품 조각 3점과 드로잉 30점을 보내오기도 했다.
 
건물 설계는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가 맡으며, 미술관 외형은 활 모양으로 지어진다. 이는 조각작품 전시장이란 성격에 맞도록 긴장감이 느껴지는 땅을 찾자는 건축가의 제안에 따라 이뤄졌다.
 
특히 하이트미술문화재단은 이번 미술관 착공으로 확보된 부지 주변에 작가들의 작업공간(스튜디오) 등이 어우러진 문화촌도 만들고 향후 권진규미술상 제정, 추모 자료집 발간 등도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수근, 이중섭과 함께 한국 근대미술의 3대 거장인 권진규는 굴곡진 현대사 속에서 일본 유학 중 징용에 끌려갔다가 도망쳐 나와 개인적 상처를 견디며 흙덩어리에 영혼의 숨결을 불어 넣은 조각가. 1959년 일본에서 귀국한 후 흙을 사용한 테라코타와 옻칠 기법을 원용한 건칠(乾漆)로 독창적 양식을 개척하며 열정적으로 창작활동을 벌이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작가. 표현적 양식으로 동서고금을 망라한 조각예술을 아우르며 자기만의 독자적 양식으로 소화해낸 그는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운과 표현주의적인 조형미로 한국 현대조각사를 새롭게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