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열리고 있는 한국화 전시는 침체일로기에 있는 전통 한국화의 새로운 도약을 꾀해 보자는 의미가 짙다.

특히 소재나 기법 또한 한지 위에 아크릴로 인간군상을 표현하거나 수묵채색으로 벌거벗고 샤워하는 모습을 담는 등 종전 산수·풍경화만을 한국화로 보아왔던 관객들에게 “한국화 맞아”라고 질의할 정도로 파격적이고 현대적인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한국화가이자 고등학교 미술교사인 권광칠(50·구리시 토평고등학교)과 최기운(42·수원시 숙지고등학교)의 개인전 또한 이 같은 현대 한국화의 경향을 볼 수 있는 전시다.

#권광칠-춘추미술상 수상 기념전

두터운 채색과 여백을 중시하는 화면구성으로 감미로운 조형세계를 펼치고 있는 권광칠씨의 일곱번째 개인전이자 제2회 춘추미술상 수상 기념 전시회가 구리아트홀(25~30일)과 서울 관훈동 백송화랑(12월1~7일)에서 잇따라 열린다.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적념(寂念)'. 권씨는 “김영재씨가 작곡한 국악의 아쟁연주곡 '적념'을 들으며 제작한 작품을 선보인다”고 소개했다.

권씨의 작품은 극히 간소하다. 화면 중심을 가로지르는 마른 풀 줄기 위에 참새 한 마리가 앉아 있든가, 늘어진 풀잎 한 줄기 아래에 개구리 한 마리가 앉아 있다. 또 커다란 토란 잎 하나 또는 연잎 하나를 화면에 던져 놓는가 하면 나뭇잎 하나를 실루엣 형식으로 배경에 두고 그 위에 한 줄기 풀잎을 늘어뜨린다. 그러나 이 같은 화면구성은 대담하다는 게 미술계의 평이다. 즉, 간결한 이미지 외의 화면 여백은 그 이미지에 대한 지적 유희를 제공하고, 역으로 이미지가 담긴 여백은 사유의 즐거움을 던져준다. 특히 그의 그림은 두터우면서도 한국화의 수묵에서 볼 수 있는 맑은 색채의 특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한국화를 현대적 미의식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깊고 투명한 의식세계의 발로다. 백송화랑(02-730-5824)

#최기운 개인전

최기운씨의 두번째 개인전이 30일부터 내달 6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 제3전시실에서 열린다.

최씨의 작품은 전통 산수화의 소재를 차용하고 있고 수묵담채를 기조로 이루고 있다. 하지만 도심 외곽의 건축구조물, 심산의 산간마을, 산허리에 적요하게 자리잡고 있는 정자, 사찰 주변의 암자 등 소재의 다양성과 먹색을 주조로 세밀하고 디테일한 선을 그려내는 골법용필이나 사찰, 정자 등 대상물과 주변의 나무 등을 원근법·평근법으로 그려넣어 마치 대상물을 부각시키고 주변을 흐릿하게 해 대상물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사진기법 등은 현대미술의 맛이 물씬 풍긴다.

김남수 미술평론가는 최씨의 작품을 한마디로 “그 누구도 닮지 않는 자기만의 사투리를 만들어가는 조형세계”라며 “한국성의 발현과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한국화계의 젊은 세대”라고 평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가을 이미지의 색조를 띤다. 수묵담채를 기조로 황갈색이나 자갈색 등 산자만홍(山紫萬紅)의 색채는 성숙과 완성을 의미한다. 또 '쌍계사 정취'(사진)와 같은 작품들은 밀도감과 중후한 미감이 뛰어나고, '기억이 머무는 곳' '의상대정취' '창량사 이야기' '사자산 일기' 등의 붓칠은 현대적 추상화의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다. (031)228-3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