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문화재 분야와 관련, 경기지역과 인천지역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경기지역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고구려 유적 보전을 통해 고구려 역사의식을 대내·외적으로 넓혀야 한다는 각계의 목소리가 분출했고, 문화재 보호구역과 관련한 범위 축소 논란, 문화재와 관련된 지역·개발사업자의 불만 표출, 고고발굴사업의 활성화 등 그 어느해보다 '활동적인' 한 해였다. 반면 인천지역은 뚜렷한 성과나 논란없이 한해를 보낸 '정체기'였다.

◇경기=최대 이슈는 고구려 유적 보전 및 역사의식 확대였다. 중국이 동북공정과 함께 고구려 유적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데 반해 남한의 고구려 유적중 대부분이 소재한 경기도의 고구려 유적 보호가 허술하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아왔다. 경기도는 뒤늦게나마 전담팀을 구성, 고구려 유적 보전에 나섰고, 콘텐츠 개발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했으며, 문화재청과 협의해 내년부터 5년간 매년 100억여원 이상의 고구려 유적정비 예산확보에 나서는 등 공세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또 구리시가 고구려 역사박물관 건립에 나서고, 연천과 파주가 대대적인 유적 정비 및 교육자료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는 한편 도내 사학계에서도 한·중·일 역사바로세우기 프로젝트와 중국의 소수민족 학계 연대를 추진하는 등 중국 동북공정에 맞서 민·관차원의 대응이 체계화된 한해였다.

문화재 보호구역 범위와 관련, 경기도가 올초 사유재산권 보호를 명목으로 경기문화재보호조례 개정안을 통해 문화재 보호구역(녹지지역은 제외)을 300~500m를 100~200m로 축소하려고 하자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등 한 때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화재와 관련, 지역의 상반된 입장이 전개됐다. 오산의 모 개발업체는 아파트 개발지에서 문화유적이 발굴되자 사업지연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감안, 이를 훼손해 논란이 일고 있는데 반해 토지공사가 추진하는 판교지구에선 문화재지표조사를 허술하게 해 문화재급 유적이 훼손될 위험에 처하자 종친회가 나서서 문화재지정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한미군 이전지인 파주 스토리사격장에 대한 문화재지표조사 논란이 아직도 일고 있다. 또 하남 이성산성에서 고대 건물지가 발견되고 평택, 용인, 여주 등지에서 새로운 사학적 발굴성과가 나오는 등 고고발굴 분야도 높은 성과가 나타났다. 특히 한성백제와 관련해 풍납토성의 유적면모가 점차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기전문화재연구원은 한성백제사 정리에 나서는 등 역사 제자리찾기 사업도 활발했다.

◇인천=인천지역의 올해 문화재 분야는 암흑기였다. 대구, 충주, 전남, 제주 등에서는 문화재를 연구하는 시민단체가 결성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반면 인천지역은 문화재를 중심으로 한 지역 문화계가 한 자리에 모여 문제점을 토론하고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하는데 인색했다.

문학산 기슭에 자리잡은 인천도호부청사의 경우 3년전 말끔하게 단장돼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이후 드러난 관리는 뚜렷한 비전과 목적성 없이 시예산에 맞춰 정비 및 관리가 이뤄져 시민들을 적잖이 실망시켰다. 조선시대 인천행정의 뿌리역할을 했던 인천도호부청사를 복원해 시민에게 역사성과 애향정신을 되새기겠다는 시의 열정과 의지가 몇년만에 사그라든 것은 개선돼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인천민예총 손동혁 사무처장은 “올해는 지역의 역사와 뿌리를 알릴 수 있는 문화재 관리에 대해선 소홀했던 만큼 내년에는 다양한 목소리를 한데 모으는 작업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