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부터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공예가 있다. 맥간공예(麥稈工藝). 은은한 황금빛깔의 보릿대를 얇게 펴서 모자이크식으로 이어 붙여 생활용품에서 예술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공예다. 언뜻보면 자개처럼 보이지만 보릿대만의 탄력성과 유연성을 활용해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고, 자개는 목재에만 장식이 가능하지만 맥간공예는 철재, 습재, 목재 어디에도 장식이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다. 그만큼 다양한 공예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맥간공예의 특징이다.

그런데, 맥간공예의 본산(本山)이 '수원(水原)'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수원시 권선동의 권선시장 인근에 자리한 '맥간공예연구원'. 20여평 남짓한 지하 작업실에 들어서자 사방을 빙 둘러 벽과 바닥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작품들이 가득하다. 관음보살의 그윽한 미소, 민화(民畵)속 호랑이와 거북이 등 각양각색의 작품들이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빛깔을 발산하며 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어서오세요”라며 짧은 스포츠 머리에 각진 얼굴을 한 맥간공예 창시자인 이상수(47)씨가 맞이한다. 보릿대 공예 연구에 반평생을 바쳐서 일까, 반백의 머리 때문에 중년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의 첫 인상이 황금빛을 띤 관음보살의 해탈(解脫)의 미소처럼 다가온다.
 
마침 새로운 도안작업을 하고 있던 것을 대충 치우고, 자리에 앉았다. “맥간공예가 뭐예요”라고 우문(愚問)을 던지자 그 때부터 그의 맥간공예에 대한 예찬론이 이어졌다.
 
우선 그가 설명한 맥간공예의 제작과정은 이렇다. 작품 디자인과 보릿대의 결방향까지 고려한 '도안'작업과 보릿대를 펴고 알맞게 오려 붙이는 '세공'작업, 보릿대의 변색을 막고 황금빛깔을 더욱 도드라지게 보이게 하는 '칠'작업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보릿대는 남부지방에서 재배하는 쌀보리의 속잎만 사용한다. 부드럽고, 줄기가 탄력적이며, 광택이 뛰어나기 때문. 특히 보릿대를 병렬로 이어주기 때문에 이음새의 벌림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도안 위에 색이 있는 종이를 덧대주는데, 이 종이로 인해 보릿대의 색감이 더욱 더 발산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칠 작업이다. 그는 맥간공예를 창시한 뒤 전업작가로 활동하면서 1989년 삼성전자 사내 동호회 강사로 나가면서 문화생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현재 오산·천안·아산·청주·광주·해남·전주·구미 등 전국 각지에서 맥간공예 전문강사로 활동하는 30여명이 있지만 칠 작업만큼은 아직 전수하지 않은 그 만의 비법이다.
 
“문화생들이 전시를 열면 가끔 지역을 내려가 봅니다. 그런데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맥간공예가 인기를 끌자 스승에 대한 소개없이 마치 자신들이 창시한 양 홍보하는데 속이 많이 상했지요. 옛 장인들이 전수할 만한 그릇을 가진 제자를 만나지 못하면 비법을 죽을 때까지 전해주지 않는 것처럼 저도 전수할 만한 문화생이 나올때까지는 마지막 보루로 칠 작업 비법은 남겨둘 양 입니다.”
 
그가 맥간공예 기법을 고안한 것은 1977년 경북의 동문사에서 불교미술을 배울 때다. 우연히 보릿짚을 쌓아 둔 곳에서 쉬게 됐는데, 비·눈·바람을 맞은 보리짚이 썩지도 않고 찬란한 빛깔이 유지하는 것을 보고 이 것으로 작품을 만들면 어떨까 고민하다, 우연히 마을에서 보릿짚을 염색해 메꼬모자와 베갯머리 장식을 하는 것을 보고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잠자는 시간을 쪼개 기법 연구에만 3년 넘는 시간을 투자했고, 1983년 첫 실용신안을 따냈다. 보릿대 잇기, 스테인클라스와 달리 장식판 제조용 무늬지를 만드는 도안 등이다.
 
지난해 경기으뜸이로 선정된 그는 앞으로 2~3년간 문화생들을 더 많이 길러 맥간공예가 국내에서 체계적으로 자리잡도록 하는데 '올인' 할 계획이다. 이후 경영능력이 있는 문화생이 있으면, 상품화도 맡길 생각이라고 말한다. (031)239-3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