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에서 고음악이 유행한 지는 꽤 오래 됐지만 지역 음악회에서 이를 실연(實演)으로 접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세계문화의 흐름을 소개하는데 적극적인 안산문화예술의전당(관장·이두철)이 고음악의 부흥을 이끈 조르디 사발(64)과 그가 이끌고 있는 '에스페리옹21(Hesperion ⅩⅩⅠ)'의 연주회를 다음달 23일 개최한다.
고음악은 작곡 당시의 시대양식과 방식대로 연주하는 것으로 악기도 고악기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때문에 시대 흐름 속에서 작곡가의 원래 의도와 달리 과장된 해석과 모던 악기의 변화된 음색을 되돌려 오히려 청신하고 전위적인 느낌을 준다.
고악기 '비올라 다 감바'(첼로의 전신으로 비올라류 악기) 연주자로 명성이 높은 조르디 사발은 국내에도 개봉됐던 프랑스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의 음악을 맡아 널리 알려졌다. 그의 연주 영역은 바로크 이전의 르네상스와 중세음악에까지 뻗쳐 있는데, 이번에는 인도와 아랍 음악을 레퍼토리에 넣었다. 스페인 카탈루냐주 바르셀로나 태생인 그는 한때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던 스페인 문화에 잔존한 다양한 음악의 '공통의 뿌리'를 보여주려는 의도다.
프로그램은 '옛 스페인 음악에서 근동의 음악의 전통까지', '폴리아와 로마네스카 양식', '시와 음악', '인간의 목소리' '바소 오스티나토를 바탕으로 한 즉흥곡 양식들과 칸타타' 등으로 구성됐다. 사발의 비올라 다 감바를 비롯해 고악기인 류트, 하프, 현악기인 티오르바, 타악기의 예스런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가톨릭전례집 '엘체의 신비' 중 '성처녀의 탄식-아 육체적 삶의 슬픔이여!'(가창·몽세라 피구에라스), 힌두스탄 전통의 '나스타란', 터키에 거주했던 유태인들의 연가 '여인과 목동',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4번' 중 '부레', 마렝 마레의 곡 '인간의 목소리' 중 '뮤제트' 등 소품 위주의 다양한 곡들을 들려준다.
사발이 이끌고 있는 '에스페리옹 21'은 가족이 많다. 가창의 몽세라 피구에라스는 부인, 옛 하프를 맡은 아드리아나 사발은 딸, 티오르바를 연주하는 페란은 아들이다. 사발은 2003년 서울에서 내한독주회를 가진 바 있으나 '에스페리옹 21'은 첫 내한이며 경기도에서 세계적 음악가의 고음악연주회가 열리는 것도 처음이다.
이들은 다음달 17~22일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에 참가하며 19일에는 서울 LG아트센터 무대에 선다. 안산연주회 입장료는 서울(9만~3만원)보다 한층 저렴한 5만~2만원이다. (031)481-3838
에스페리옹21 첫 내한공연
입력 2005-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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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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