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낳은 세계적인 명상가 오쇼 라즈니쉬는 'The Book'이란 저서에서 철학의 근원적 물음인 '나는 누구인가'란 자아의 깨달음(Self-Realization)에 대해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자아는 전체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나이다. 깨달은 자는 자신이 전체로부터 분리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 따라서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는 것은 곧 자신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고 말한다. 이 것은 부처가 말한 비(非)자아, 즉 아나타(Anatta-자아가 사라진 존재)와 맥을 같이 한다.

오는 16일까지 롯데백화점 안양점 7층 롯데화랑에서 열리는 조형예술가 이선미씨의 '동행'展은 이 같은 물음, 즉 '나는 누구인가'를 가상현실 속에서 찾아보는 전시다. 네 편의 사진이 곁들인 비디오 설치 작품, '현기증', '앙상블Ⅰ·Ⅱ', '하모니'를 통해 작가는 자아의 깨달음으로 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현기증’에선 자아와 타인, 즉 전체의 상실을 풍경만이 가득한 화면으로 표현하고 있다. '앙상블Ⅱ'에선 타인의 눈으로 본 자아의 깨달음을 시도하기 위해 작가 자신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타인이 찍은 화면을 끊임없이 내보낸다.

그러나 타인으로부터 분리된 나, 오쇼 라즈니쉬가 규정한 전체로부터 분리된 나는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은 작가는 '앙상블Ⅰ'에서 타인의 뒷모습을 촬영한 비디오와 타인을 찍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통해 드디어 타인과 자신이 같은 길을 동행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커다란 틀 속에서 자신과 타인의 동행이 지극히 수동적일 수 있다고 자문하는 작가는 '하모니’란 비디오 설치작품을 통해 풍경, 자신, 타인이 모두 동행함으로써 조화를 이루는 가상현실을 펼쳐낸다. 결국 그 것이 작가 자신이 누구이고, 그가 이 같은 세계를 꿈꾸고 있음을 작가 스스로 들춰낸다. (031)463-2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