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에서 71년부터 2년 간 황해와 남해, 동해의 섬 30여 곳을 직접 방문해 쵤영한 사진작가 전민조씨의 작품에선 지금은 찾아 볼 수 없는 섬 사람들의 꾸밈없고 순박한 꿈을 돌이켜 볼 수 있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얼굴이 빨개져 달아나던 처녀들, 수평선을 바라보며 염소와 송아지를 몰던 아이들, 물동이와 땔감을 머리에 이고 다니던 소녀들과 아낙네들 모두 그리운 얼굴이다.

서정성이 두드러진 출품작 30여 점을 일별하다보면 30여 년 전 벌거숭이로 섬 곳곳을 뛰어다녔을 순박했던 섬 아이들을 포함해 섬주민이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전씨는 “고독한 섬들은 도회지 같이 활기도 없는 척박한 삶이었지만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따뜻한 정이 있었다”면서 “30여 년 전 사진 속에 미라처럼 영원히 정지된 섬마을들의 순수한 사람들은 현재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전씨와 5년 간 전속계약을 한 서울 종로 관훈동의 김영섭사진화랑은 전씨의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는 섬' 시리즈에 이어 서울, 커플, 담배, 웃음 시리즈 등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 전시는 오는 24일까지 김영섭사진화랑 앗제홀에서 열리며 서울 전시에 이어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는 경기문화재단 전시실로 옮겨 전시된다.

서라벌예대를 졸업한 전씨는 한국일보를 거쳐 1998년 동아일보에서 퇴직했으며 잠시 경기문화재단에서 일했다. 사진집 '얼굴'과 '서울 스케치', 저서 '이 한 장의 사진'과 '가짜 사진 트릭 사진'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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