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기시대 모종의 의식을 치르기 위해 자연바위에 인위적으로 제단을 설치한 '제의 유적'이 국내 처음으로 하남시 덕풍동 '덕풍골' 야산 정상에서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종대박물관(관장·최정필)은 지난 3월부터 삼국시대 유명한 성곽 유적인 이성산성이 자리한 이성산의 북쪽 끝자락 일대인 덕풍동 산 64 일대 일명 '덕풍골'(공영사입구~한솔아파트간 도시계획도로 개설공사지역)에 대한 지표조사결과 해발 113m 정상에서 제의 시설로 여겨지는 바위 유적과 함께 주변 구릉에서는 청동기시대 주거지 4곳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제의 유적으로 추정되는 바위 유적은 평면 기준 네모꼴인 자연 암반(동서 18.0×남북 16.0×높이 6.0m) 위에 큰 바위 3개가 가운데와 가장자리에 얹힌 상태로, 남쪽면에 인공적으로 바위를 깨뜨려 내는 방식으로 가공해 만든 3단의 계단시설이 확인됐다. 계단규모는 1단이 너비 240㎝, 높이 120㎝ 정도이고, 2단은 너비 120㎝, 높이 40~60㎝, 3단은 바닥이 평편하고 넓은 공간(남북 130×동서 250~300㎝)이 마련돼 있으며 2단에서 3단으로 오르는 단 높이는 60㎝였다.

박물관은 이 유적이 청동기시대 제의시설이란 근거로 바위 틈 곳곳으로 청동기시대를 대표하는 전형적 토기인 민무늬 토기조각을 비롯해 구멍무늬토기(공렬토기·孔列土器), 거친 빗살문이 새겨진 민무늬토기, 심발형(깊은 바리 모양) 토기 입술조각과 반월형 돌칼 등 석기류 등이 폐기돼 있었고, 그 주변에서도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점을 들었다.

이처럼 야산 정상에 조성한 청동기시대 제의 관련 시설물로는 한양대박물관이 연차조사를 벌이고 있는 부천 고강동 유적이 대표적이지만 인위적으로 계단시설을 설치한 것은 이 번이 처음이다. 또 바위 유적 주변에선 풍화암반층을 L자 모양으로 파고 들어가 조성한 청동기시대 주거지 4곳이 확인돼 이 중 2곳이 발굴됐다.

주거지는 바닥 평면 기준으로 긴 네모꼴(세장방형)이었고, 크기는 각각 580×200~250×80㎝와 1천20×300×60㎝였다.

이 곳에서도 숫돌류 석기와 민무늬토기, 돌검조각, 화살촉 등의 유물이 수습됐다.

이 밖에 6세기 중반 신라 진흥왕대 한강유역 진출후부터 삼국통일까지 신라 고분 변화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삼국시대 고분 50여기가 확인되고 그 중 석실분 1기와 석곽묘 7기가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