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하나의 과정(process)입니다. 전쟁이 끝났다고 바로 평화가 오는 것이 아닙니다. 평화는 상호 존중과 관용을 통해 이뤄지는 과정이며,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시스템, 즉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25년에 걸친 내전, 인도네시아와의 독립투쟁을 거쳐 1999년 독립을 쟁취하고 2002년 21세기 최초의 독립국가가 된 동티모르의 사나나 구스마오 대통령이 1일 도라산역사에서 '역사를 넘어:화해와 인권을 위한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세계평화축전 개막행사에 앞서 열린 이 강연회에는 손학규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500여명이 참석해 빈곤과 혼란의 동티모르를 새롭게 재건하고 있는 구스마오 대통령의 평화 메시지를 경청했다.

 그는 “친구와 형제 여러분”으로 연설을 시작, 1999년 혼란스런 동티모르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해 준 한국에 대한 감사를 동티모르 국민의 이름으로 먼저 전했다. 이어 “외신으로 막연하게 볼 때는 남-북의 대치상황을 극명하게 깨닫지 못했으나, DMZ에 직접 와서 보니 한국민이 얼마나 평화와 통일을 원하는 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스마오 대통령은 특히 한국과 동티모르가 똑같이 식민지배와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데 대해 깊은 공감을 표하고, 새천년의 희망을 서로의 잘못을 반성하고 관용과 화해를 이루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실제로 동티모르에 '화해와 진실위원회'를 설치,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만나 잘못을 고백하고 반성하며 서로 진실로 용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1975년 당시 정부가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서로 살인하게 했음을 국민에게 진실로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더욱 뜻깊은 것은, 인도네시아 시각으로 오전 9시 인도네시아와 동티모르 측에서 각각 5명이 '진실과 화해위원회'에 들어와 과거사를 밝히기로 결정한 것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동티모르는 아주 가난합니다. 세계 10대 빈곤국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있어 행복합니다.”

 구스마오 대통령은 특히 동티모르와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이용,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핵 프로그램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6자회담 협상과정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동티모르가 평화를 이룬다면 한반도의 평화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강연을 맺었다.
 구스마오 대통령은 강연회에 앞서 오후 2시 임진각 평화누리 주제전시관에서 열린 동티모르 기금 마련을 위한 '동티모르 사진전 개막식'에 참석해 관람객들에게 일일이 동티모르 산 티모르커피를 한 잔씩 나눠줘 훈훈한 감동을 자아냈다

 한편 축제 이틀째인 2일에는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비폭력 트레이너 육성을 위한 '비폭력 트레이닝 캠프'가 열리며, 행사장 내 카페 '안녕'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세계뮤직 콘서트가 시작된다.
 행사기간에는 서울∼임진강역 열차가 증량·연장 운행되고 행사장과 도내 31개 시·군을 왕복하는 버스도 함께 운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