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세상살이가 힘겨운가. 인생이 고통스러운가. 그렇다면 네손가락 피아니스트 희아의 연주회에 가보자.

10개여야 할 손가락이 4개 밖에 없고 무릎 밑이 아예없는 선천성 사지 기형이면서도 피아노 앞에 앉아 희망과 환희에 가득찬 열정적인 모습으로 천상의 선율을 들려주는 희아를 만나는 순간, 사지 멀쩡하면서도 세상 모든일에 자신없어 하는 내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질 것이다. 4개의 손가락으로 들려주는 아름다운 음악을 듣다보면 새로운 용기가 밑바닥에서부터 용솟음치지 않을까.

이희아(20)씨는 현재 국립한국재활복지대학 멀티미디어 음악과 1학년이다. 양손 모두 엄지와 새끼손가락 밖에 없다. 다 자란 처녀이지만 그의 키는 겨우 1m 남짓. 1급 장애인인 희아가 손가락 네 개로 피아노를 시작한 건 7살때이다. 연필잡을 힘도 없는 손가락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피아노를 처음 배우던 해인 92년 전국학생음악연주회 평가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피아노 관련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고 99년에는 신지식인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네손가락의 피아니스트'로 알려지면서 미국과 일본 유럽의 방송과 신문 등 해외언론의 취재도 잇따라 지금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알려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우뚝 섰다.

희아가 8월에 이어 9월에도 경기도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특히 오는 2일 오후 8시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에서 여는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 희망 콘서트'는 수원 등불교회(목사·장병용)의 가능성의 예술 축제 한마당 '아름다운 동행'으로 개최된다.

연주곡은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 중 '기뻐하며 경배하세', 문소연 곡 '희아송', '파헬벨의 '캐논' 등. 희아는 특히 '어메이징 그레이스'와 '넌 할 수 있어'를 직접 연주하고 노래한다. 임의진 시인의 사회로 진행되는 콘서트에는 영화배우 김갑수씨가 이야기손님으로 출연하고 첼리스트 도부민, 피아니스트 김은애, 시각장애인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종훈씨도 함께 무대에 선다. 연락처는 (031)294-2667.

등불교회는 희아 연주회와 함께 장애인들의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장애인아트센터 건립을 위해 1일부터 10일까지 이 센터 전시실에서 자선도예전도 마련한다. 민승기, 윤영수, 이상욱, 김규태 씨 등 도예가 11명이 작품을 내놓는다.

희아는 4일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다시 무대에 선다. 이어 10월 이후에는 안양 평촌과 포천, 성남 분당에서도 연주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25일과 26일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 연주회에는 이틀간 2천400여석의 객석을 꽉 채운 청중들이 피아노 선율을 따라 흐느꼈고 장애인 답지 않은 밝고 명랑한 그녀의 모습에 매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