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철作 '얽힘의 시선'
 용인 이영미술관(관장·김이환)하면 민족혼의 화가였던 내고 박생광 화백이 떠오른다. 김이환 관장과 살아생전 박 화백간 인간적 관계 뿐 아니라 국내에서 박 화백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박 화백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영미술관은 박 화백의 작품세계를 재해석한 대규모 전시 및 학술토론을 개최했다. 이어 올들어 지난 6~8월 '미디어 아트'란 장르를 통해 박 화백의 예술혼과 정신세계를 재해석한 '포스트 박생광-108번의 삶과 죽음'展을 열었고, 또다시 이번엔 사진,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박 화백이 추구해 온 '한국적 미(美)'를 새롭게 조망하는 '한국적 시각과 심상의 형상'展을 마련했다.

 내년 상반기, 미술관 이전으로 잠시 휴식년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영미술관은 박 화백의 예술·정신세계의 알고리즘(algorithm)을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통해 재해석·조망하는 시리즈 전시를 열 계획이다.

 지난 23일 오픈해 내달 30일까지 여는 '한국적 시각과 심상의 형상(Picturing Korean Vision and Visuality)'展은 박 화백의 “잘 생긴 것을 내 나라의 옛에서 찾고”라는 말에서 기획된 전시다. 언제부턴가 우리의 전통미술,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서구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의 문화, 역사, 미술을 우리의 시각에서 조명하고 새롭게 해석하자는 '주체적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는 카메라 또는 비디오를 매개로 한국 사회, 문화 그리고 일상 속의 한국적 심상을 독특한 시각적 언어로 표현하고 있는 젊은 작가 10명(구성수, 김현철, 노정하, 박현두, 박병상, 신승주, 아로, 여락, 정소영, Area Park)의 작품 60여 점이 선보인다.

 여락의 사진작품 '원'은 박생광 화백의 샤머니즘 색채가 농후하다. 언뜻 보면 돌에 부적 형상을 조각해 다시 이를 탁본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수명이 다한 백열전구 안에 흙과 물을 이용해 손으로 일일이 형상을 만들어 낸 뒤 이를 사진으로 촬영, 확대한 '손의 노동미학'이다. 이미지의 섬세함, 빛을 통해 투영되는 이미지 형상은 천상의 세계이자 빅뱅으로 생겨난 우주의 형상을 연상시킨다.

 김현철의 '얽힘의 시선(에피소드 1, 2, 3)'도 눈길을 끄는 작품. 5대의 작은 비디오와 2대의 빔프로젝트, 콜라주와 같이 조각조각난 사진이 하나의 형상으로 완성된 작품은 관객들을 기억의 자궁 속으로 빨려들게 한다. 암실에서 작업하는 작가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영상은 자신의 존재를 찾아 헤매는 나체의 한 여성이 등장하면서 작가 자신의 기억 속 여행으로 이행된다. 때론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살펴 보지만 실제와 허상의 기억은 움직임에 의해 사라지고, 또다시 존재하고 있는 과거의 모습과 그 것을 쫓는 환상의 여행은 작가가 토해내고 삼켜버리는 기억의 선택이다.

 이 밖에 새로운 문화수용시 겪게 되는 문화충격을 표현한 박현두의 'Goodbye Stranger' 시리즈, 버려진 여성의 옷을 잘 다듬어 한지 위에 사진으로 시각화한 정소영의 'She', 같은 장소의 모습을 원경, 중경, 근경으로 보여주는 방병상의 'looking at sunny' 등도 이채롭다. (031)213-8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