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화의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화에서도 수묵화는 더욱 더 소외되고 있습니다. 주위에선 서양회화의 기본인 채색화로의 변화를 꾀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화를 지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 제 소임같아 그 뜻을 절개와 기개의 상징인 대나무로 표현했습니다.”
 수원미술전시관 제2전시실에서 세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한국화가 오길석(38·여·수원시 장안구 연무동)씨는 '한국화의 지킴이'로서 꾸준히 작업을 하고 싶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

 시대는 광속(光速)과 같이 변화하고 있고, 사람들은 그 시대의 변화를 리드하는 작품을 원한다. 그래서 미술의 장르도 시대의 변화와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복잡·다양화되고 있다.
 “급속히 변화하는 과정에서 침전되고 있는 사회구성원들의 심리적·정신적 공허함을 메워 주는 것이 미술가들의 역할입니다. 그러나 그 수단이 서양회화나 영상·설치장르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원초적 힘의 근원인 우주와 자연의 기운, 묵향의 안정감, 여백의 사색적 여유를 줄 수 있는 한국화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번 전시에선 20여 점의 대나무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한켠 한켠 자신의 살점을 뚫고 오르는 '죽순', 세찬 바람에도 꺾임없이 곧게 뻗어 오르는 '대나무 숲', 60~100년만에 한번 죽기전 꽃을 피운다는 '만개한 대나무' 등 작품 하나하나가 거칠고 험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의 단편을 담고 있다.
 전시는 17일까지이고, 오는 19일부터 25일까지 장소를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하나아트 갤러리로 옮겨 2부 전시를 갖는다. (031)242-28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