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관객에게 영화 '메종 드 히미코'가 담고 있는 내용은 생경하다.
“남성 동성애자와 여성의 사랑이라니… 그게 말이나 돼?”라며 반문하는 이들에게 영화는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조심스럽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제목 '메종 드 히미코'는 우리말로 풀면 '히미코의 집'이라는 뜻. 영화는 '메종 드 히미코'를 세운 은퇴한 게이 히미코(다나카 민 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1958년 도쿄에 문을 연 게이바 '히미코'는 문을 열자마자 명물이 된다. 1985년 두 번째 마담으로 바의 경영을 떠맡은 히미코는 명성을 이어가며 가게를 번창시키지만 2000년 돌연 가게 문을 닫고 잠적해버린다.
그는 은퇴한 뒤 바닷가 근처에 게이 요양원 '메종 드 히미코'를 세우고 게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암투병 중인 히미코에게는 숨겨진 과거가 있다. 버린 아내와 딸이 있다는 것.

히미코의 딸 사오리(사비사키 고)는 도장(塗裝) 회사에서 일한다. 매사 불만투성이로 못생기기까지 한 그녀에게 어느날 한 남자가 찾아온다. 히미코의 애인이라고 밝힌 하루히코(오다기리 조)라는 이 남자는 히미코가 현재 요양원에서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며 큰 돈을 미끼로 '메종 드 히미코'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것을 제안한다. 사오리는 어머니의 장례 비용으로 친척들에게 큰 빚을 졌기 때문에 하루히코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렇게 사오리와 하루히코, 히미코, '메종 드 히미코'의 게이들과의 인연이 시작된다.

일요일마다 '메종 드 히미코'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사오리는 하루히코와 가까워진다. “히미코를 만나기 전 나는 항상 외톨이였다”는 하루히코의 말에 “나는 지금도 외톨이”라고 말하는 사오리. 동질감에서 비롯된 이들의 감정은 키스로, 잠자리로 이어진다.
영화는 '게이와 여성간의 사랑'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삽입해 통념을 뒤엎는다.

사오리는 히미코의 방에 걸려 있는 어머니의 사진을 통해 어머니가 27살에 아버지에게 버림받았지만 죽기 전까지 아버지의 게이바에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족을 버리면서까지 게이로 산 것을 후회한 적이 없느냐?”는 딸의 질문에 히미코는 “없다”고 대답하지만 어머니에 대해서는 “귀여웠다”면서 애틋한 감정을 드러낸다. 영화는 여성과 남성 동성애자의 사랑을 통해 인간 사이의 소통을 이야기하고 있다. 게이로 살기 위해 아내를 버렸지만 계속 아내와 연락을 취해온 히미코와 '메종 드 히미코'의 여장(女裝) 게이 루비의 이야기는 동성애자와 여성 사이에 섹스는 존재할 수 없지만 그 너머에 또다른 형태의 사랑이 있음을 시사한다. 하루히코도 항상 욕정에 힘들어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사오리에 대한 사랑이 있다. 실패로 끝났지만 하루히코가 사오리와 섹스를 시도하는 장면이 이를 방증한다.
이누도 잇신 감독은 이 영화에서 게이와 여성이라는 사랑에 부적합한 조합을 등장시켜 '소통'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남녀 간의 사랑에 자연스럽게 동반되는 섹스는 없지만 게이와 여성, 레즈비언과 남성 등 인간 사이에는 얼마든지 다른 형태의 사랑이 존재할 수 있다고 강변한다.

'메종 드 히미코'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각본을 쓴 시나리오 작가 와타나베 아야가 잇신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멜로 영화다. 지난해 11월 CJ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한 제1회 CJ인디영화제에서 매진 사례를 빚으며 큰 호응을 얻었던 작품. 일본에서는 지난해 10월 개봉돼 3개월간 3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잇신 감독은 이 영화로 일본 닛칸스포츠 영화대상에서 감독상을, 여주인공 시바사키 고는 일본 야마지후미코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각각 받았다.
영화는 동성애자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이들을 미화하지도 헐뜯지도 않는다.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인간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을 뿐이다. '메종 드 히미코'는 동성애 영화지만 동성애 장면은 거의 없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 출연했던 시바시키 고의 추녀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다. 26일 개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