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군 우정리 보루와 초성리 토성 등 문화재 훼손에는 그 동안 누누이 지적돼 온 지자체의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관리소홀이 가장 큰 원인으로 드러났다.
특히 남한내 고구려 유적중 가장 많은 유적이 소재한 연천군은 그 동안 지정된 고구려 문화재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인위적 훼손이 많았다는 지적을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학계에서 오랫동안 중요 고구려 유적으로 추정하고 있는 우정리 보루를 지자체가 임의대로 판단해 건축허가를 내줌으로써 보루 상당부분이 훼손되고 더 이상 발굴이 이뤄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비지정문화재 관리소홀=우정리 보루와 초성리 토성 등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훼손에 대해 연천군 관계자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3명의 군 문화재계 인력으로는 26건의 지정문화재도 관리하기 어려워 220여 건에 달하는 비지정문화재 관리에는 손도 대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도내 시·군중 연천군보다 지정문화재가 많은 시·군이 20개 시·군에 달하고, 이들 시·군의 인력도 연천군과 비슷하다. 또 비지정문화재도 정확한 통계치는 없지만 연천군이 타 시·군에 비해 많은 숫자가 아니라는 게 학계의 지적이다.

그런데도 연천군에서 이번 우정리 보루와 초성리 토성의 문화재 훼손 외에도 육계토성 맞은편 원당리유물산포지, 은대리성, 호로고루성, 전곡리토성 등이 민간 또는 관에서 일부를 훼손해 온 것은 인력부족 보다는 문화재에 대한 관심 부족이 더 큰 이유라는 게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더욱이 초성리 토성은 각종 전문기관의 조사에서 북벽 및 남벽 등이 비교적 잘 남아 있고, 북동쪽의 대전리산성, 북서쪽의 전곡리토성 일대까지 신라의 통일전쟁시기 당군을 물리친 매초성으로 비정되는 중요한 성곽으로 토성내 내부의 조사·발굴이 중요함에도 불구, 주민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근린공원 부지로 선정했다는 것에 학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문화재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구려 유적 보호도 외면=지난해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인해 고구려 유적이 학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임진강과 한탄강 등 연천군내 위치한 고구려 유적이 주요 관심사항으로 떠올랐다. 특히 당포성, 호로고루성, 은대리성 등이 민간과 군(軍)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에 연천군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내세웠고 이에 따라 올해 이들 3개 성이 사적으로 지정되면서 대대적인 국비지원이 이뤄지게 됐다. 이 처럼 고구려 유적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상황에서 연천군이 학계에서 조차 고구려 유적으로 확인한 우정리 보루를 단순히 임의대로 판단해 건축허가를 내줌으로써 유적이 상당부분 훼손되고 이를 다시 복구할 수 없게 된 것 역시 문화재에 대한 군의 관심이 없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정리 보루를 지표조사한 토지박물관과 경기도박물관 관계자들은 “분명히 보고서를 통해 우정리 보루의 규모가 동서 지름 50m, 남북 120m로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내성 정상부만을 유적으로 판단해 건축허가를 내줬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